김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는 누가 했던가. 유치원에서 김장체험을 한 아이가 "내가 담근 김치"라며 자그마한 김치통 하나를 가지고 온 다음부터 '김장'은 설날과 추석 다음으로 중요한 집안 행사가 됐다.
"우리도 집에서 김치 만들자"는 아이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지난해까지 밀키트로 김치를 만들었던 직장인 최모(38)씨는 올해 절임배추를 사서 제대로 된 김장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추석 때까지만 해도 배춧값이 많이 올라서 올해 김장은 건너뛰려고 했는데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부담이 없다"며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김치 담가서 집밥을 자주 해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포기에 만 원 가까이 오르며 고공행진하던 배춧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김장 대신 김치 구매에 나섰던 이른바 '김포족'들이 다시 김장에 나서고 있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해 4507원하던 배추 한 포기 소매가는 올해 2923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 전인 9월만 해도 한 대형마트에서 강원도 손질배추 한 포기가 99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무 한 개 가격 역시 한 달 전 3387원보다 32% 가격이 내린 2289원에 구매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여름과 가을에는 무름병과 장마로 산지에서 병해가 발생해 배춧값이 일시적으로 올랐다"며 "가을배추 생산량이 10% 가량 증가하면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재료인 배추 가격이 하락하면서 김장가격도 지난해보다 2만원 덜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aT가 주요 김장재료 14개 품목에 대해 전국 17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 가격을 조사한 결과, 배추 20포기 김장비용은 22만1389원으로, 지난해 24만3575원보다 9.1% 떨어졌다.
배추 외에 김장 재료들도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다.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의 김장 성수품 가격현황을 살펴보면, 24일 기준 깐쪽파(10kg)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41% 내려갔다. 미나리(-28%)와 돌산갓(-23%)도 가격이 크게 내렸다.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김장철을 맞아 김장 재료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김장철 주재료인 배추, 무 포함, 깐마늘 쪽파 등 김장양념 재료는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쿠폰을 통해 2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기간에 4인 가족 기준 김장재료 준비 시, 약 17만원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년 동기간 비교 시에 약 23% 저렴하고, 지난 17일 발표한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의 4인 가족 김장 비용(21만5037원)보다는 약 21% 더 싸다"고 강조했다.
김장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김장 관련 매출도 증가추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절임배추 매출이 5kg은 전년 동기 대비 40%, 10kg은 30% 증가했고, 김치 양념 매출은 12% 늘었다.
'홈플 김장대전'을 진행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해남배추 3입을 7990원에, 영양고춧가루(500g)을 4천원 할인한 1만9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송종현 홈플러스 채소팀장은 "정부와 농가, 유통업계의 노력으로 올해 김장 비용이 전년보다 낮아질 수 있었다"라며,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판매해 고객 부담을 한층 더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