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과녁'까지 꺼내들며 감정을 마구 표출한 김여정, 어떤 배경?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24일 발표한 거친 비난 담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을 언급한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서울'이 북한의 과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이다.
 
남한의 전·현직 대통령을 비교하며 남남갈등을 교묘하게 조장하는 한편 수도 '서울'에 대한 군사적 타격 가능성을 환기시켜 위협을 배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 수세적 입장에서 남측을 향해 고강도 압박을 할 때 서울을 공격대상으로 언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인 적이 많다. 
 
지난 1994년 3월19일 남북 정상회담 특사교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8차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는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는 제 1차 북핵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북한은 또 지난 2020년 6월 16일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때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을 명분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까지 남측에 돌리는 대적투쟁의 필요성이 북한 내부적으로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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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여정의 이번 '서울 과녁' 발언은 지난 9월 핵 무력 정책 법제화 등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에 위협의 정도가 다르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대북제재 문제였다. 결국 핵 사용 위협으로 대북제재의 무산을 압박한 것이다. 북한이 핵 사용을 위협해 다른 현안을 압박하는 일이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김 부부장은 남한의 외교부가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나발을 불어댔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뒤 "미국이 대조선 독자제재를 운운하기 바쁘게 토 하나 빼놓지 않고 졸졸 따라 외우는 남조선 것들의 역겨운 추태를 보니 갈 데 없는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2일에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화성 17형 발사를 논의한 공개회의에 대해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데 대해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선희 외무상이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비난한 것도 큰 틀에서 대북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 
 
김여정과 최선희의 담화 등 최근 일주일 사이에 나온 세 차례의 담화가 모두 대북제재와 관련된 셈이다. 
 
김 부부장이 "앞으로 백번이고 천 번이고 실컷 해보라"고 했지만, 이처럼 감정을 마구 드러내는 거친 담화는 대북제제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김여정 담화' 관련해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정부가 검토하는 추가 독자제재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로 거론되는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이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곧 숨통이 틀어 막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여정이 독자제재 발언에 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현 상황 하에서 상징적 수준이라고 해도 증강된 제재가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제재의 조기 해제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며, 이것이 북한의 초조감을 유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대미·대남 등 대외문제를 총괄하는 김여정의 발언은 친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평소 생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서울 과녁' 운운하며 도 넘는 발언을 한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암호화폐 등 대북제재에 대한 김정은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이어 앞으로 대북제재를 명분으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핵 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이 되는 29일을 전후해서는 화성17형 ICBM 정각발사로 한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높일 우려도 나온다. 
 
한편 합참은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인 29일을 앞두고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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