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기 살려준 손흥민 "쫄지마, 너희도 잘하는 선수야"

손흥민. 연합뉴스
"선수들이 후회 없이 보여준 것 같아서 주장으로서 뿌듯하네요."

100% 경기력은 아니었다. 안와골절 수술 후 고작 3주가 지났다. 월드컵 출전마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다시 다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대신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에 투혼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단순히 에이스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캡틴'으로, 손흥민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카타르에 먼저 입성한 후배들이 손흥민을 애타게 기다렸던 이유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에는 월드컵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다. 24일(현지시간) 우루과이전 선발 가운데 손흥민과 동갑내기 김진수(전북 현대),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비롯해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SSC 나폴리), 김문환(전북), 나상호(FC서울)까지 6명이 첫 월드컵이다. 교체 투입된 조규성(전북)과 손준호(산둥 타이산), 이강인(마요르카) 역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 중인 김민재마저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크다.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준 것도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우루과이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부탁한 것이 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우루과이에도 처음 나오는 선수가 있다.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내가 이야기했던 부분은 '너희들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야. 너희 능력을 다 믿어도 돼. 가서 쫄지말고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나왔으면 좋겠어'였다. 선수들이 후회 없이 보여준 것 같아서 주장으로서 뿌듯하다"고 살짝 미소를 띄었다.

라커룸 분위기도 전했다. 물론 우루과이가 골대를 두 번 때리는 등 운도 따랐지만, 막판까지도 우루과이를 바짝 압박했기에 0대0 무승부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아쉬워하는 모습이 손흥민에게는 고맙게 다가왔다.

손흥민은 "인터뷰를 하고 늦게 들어가 따로 해준 말은 없다. 상당히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기에 공정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루과이가 3점을 가져가도 되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승점 3점을 가져갈 수도 있었다. 선수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너무 고마웠고, 자랑스러웠다.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나를 대신해 커버를 해주고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겼다. 하지만 손흥민은 더 먼 곳을 바라봤다.

손흥민은 "출발이 좋다고 월드컵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님도 항상 선수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첫 경기가 월드컵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부담을 털고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면서 "나는 첫 경기보다 그냥 이 월드컵을 잘 치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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