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은 뜨겁게, 질서는 차갑게…광장서 울려 퍼진 '대~한민국'

24일 오후 10시,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열려
광화문광장 2만6천명 운집…경찰·소방·서울시 '안전 대비' 총력
실내응원도 늘어…영화관, 술집도 예약 꽉 차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를 앞둔 지난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응원전을 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코로나로 거리두기 하면서 뭔가 사람들 사이의 삭막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결속해서 따뜻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전' 거리 응원을 나온 대학생 최모(22)씨는 "거리응원이 처음인데 너무 재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나라 선수들이 너무 잘하는 것 같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도 넘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씨와 함께 온 친구 김모(22)씨 역시 "이런 기분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생경하고 낯선데 사람들이 즐거운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며 "현장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있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응원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핼러윈 참사 이후 취소됐던 월드컵 거리 응원이 다시 허용되면서 광화문 광장에는 주최 측인 붉은 악마 추산 약 2만 6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광장 육조마당에는 거리응원을 위한 무대가 설치됐고, 오후 4시쯤부터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가 열린 지난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빗나간 슈팅에 아쉬워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응원 부스에 처음으로 입장한 박태용(17)군은 "(경기는 저녁 10시에 시작되지만) 앞에서 보려고 오후 3시 반부터 와 있었다"며 "이강민 선수를 가장 응원하고 16강만 가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군은 또 "엄마가 핼러윈 참사 때문에 좀 위험하지 않냐고 하셨다"면서도 "경찰들이 더 많이 배치됐을 거고 안전하고 질서 있게, 더 단단하게 진행될 거라고 말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거리응원은 핼러윈 참사 여파로 취소될 예정이었지만, 주최 측이 안전요원을 300여명까지 늘리는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면서 서울시가 조건부로 광장 사용을 허가했다. 붉은 악마는 이번 거리응원의 취지가 '참사에 대한 기억과 서로에 대한 위로'인 만큼 페이스 페인팅과 시끄러운 응원도구 사용은 자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관 50여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하고,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해 안전 상황을 관리했다. 이외에도 교통 상황을 통제하는 경찰 교통기동대 1개 중대도 동원됐다. 소방은 인력 50여명과 소방차 9대를, 서울시는 유관기관 관계자를 포함해 총 256명의 안전 관련 인력을 배치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를 앞둔 지난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거리 응원을 위해 모인 인파 안전 관리를 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실제 현장에는 안전 펜스를 통해 응원 구역과 보행 구역을 나눠 인파를 관리했다. 보행 구역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안전요원이 '서 있으면 안 된다'며 이동을 안내했다. 경기 시작 후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자 경찰들은 통제하던 차로 구역을 더 넓혀 인파가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유도했다. 또 경사가 있는 지역이나 조형물로 인해 넘어질 수 있는 곳은 펜스를 치고 안전요원을 둬 출입을 통제했다.

친구와 독서실에 있다가 거리응원을 나왔다는 유성진(16)군은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되긴 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경찰이랑 안전요원이 많이 배치됐다고 해서 안심하고 왔다"고 말했다.

머리에 붉은 악마 머리띠를 하고 태극기로 몸을 감싼 시민들은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대~한민국'을 외치고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왔다는 대학생 이용하(21)씨는 "일본이랑 사우디가 강팀을 잡으면서 저희도 잡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기는 순간을 사람들과 즐기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를 앞둔 지난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응원전을 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거리응원 열기가 뜨거운 동시에, 실내 응원에 나선 이들도 많았다. CGV의 경우 전국 198개 영화관 중 92개 영화관의 278개 상영관에서 '극장 응원'을 진행했는데, 우루과이전 생중계 티켓 총 4만 7천석 중 1만 2천석 정도가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네 술집에도 응원을 하기 위한 손님들로 가득찼다. 도봉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형균(50)씨는 "70석 규모의 가게인데 두 달 전부터 (오늘) 예약이 가득 차 있었다"며 "핼러윈 참사 전까지만 해도 북적북적 장사가 잘 됐는데 참사 이후 한 보름 동안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이제 다시 손님들이 모이는 만큼 나도 안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관이나 술집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닌,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조용한 응원'을 이어가겠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집에서 월드컵을 관람할 예정이라는 대학생 박주현(25)씨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그리고 희생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애도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집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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