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카타르에서 훈련 중인 선수는 26명이 아닌 27명입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으면서 예비 명단으로 1명이 추가됐기 때문이죠.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1차전이 열리기 24시간 전까지는 교체가 가능합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오현규(수원 삼성)를 함께 카타르로 데려왔습니다.
예비 명단을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서정원, 송영록, 1998 프랑스월드컵 김봉수, 2002 한일월드컵 정조국, 여효진, 염동균 등 입니다. 한일월드컵 예비 명단은 4명인데, 나머지 한 명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후 월드컵에서는 예비 명단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비 명단까지 포함한 상태로 전지훈련을 떠난 뒤 결전지로 들어가기 전 최종 명단을 발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는 전지훈련지에서 귀국했습니다.
사실 언제 오현규의 이야기를 다룰까 꽤 고민했습니다. 예비 명단이었지만,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23일 최종 결정이 났습니다.
교체는 없었습니다. 손흥민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우루과이전 출전이 어렵지만, 벤투 감독은 황희찬을 믿기로 했습니다.
오현규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카타르에 남아 선수단과 함께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카타르로 떠나기 전 일찌감치 결정된 사안입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현규 입장에서는 (예비 명단이) 굉장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기분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현규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요. 아직 미래가 창창한 선수니까 여기에 와서 자기 포지션 선수들과 훈련하고, 또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한 추억, 경험이 되니까요. 물론 현규가 잘하겠지만,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현명한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결국 유니폼에 등번호도 새기지 못했습니다. 형들의 호출에 단체 사진도 촬영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오현규가 빠진 사진이 쓰이겠네요. 그래도 손흥민의 말처럼 카타르에서의 하루하루가 오현규에게 값진 경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