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올빼미' 안태진을 감독으로 이끈 '그날 그 영화'

장편 상업 연출 데뷔작 '올빼미' 안태진 감독 <에필로그>
감독을 꿈꿨던 시작점과 앞으로의 꿈에 관한 이야기

영화 '올빼미' 안태진 감독. 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 온 안태진 감독이 영화 '올빼미'로 장편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밤에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는 신선한 설정에서 출발한 '올빼미'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려내면서도 세련된 문법의 스릴러를 구현했다.
 
스스로가 스릴러를 비롯한 장르물을 좋아해 "같은 스릴러 팬의 입장으로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올빼미'를 만들었다"는 안 감독을 영화계에 발 들이게 만든 건 '이 영화'였다. 과연 그를 '올빼미'로까지 이끈 영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
 

"이게 오케이인가, NG인가"

 
▷ 첫 데뷔작인 만큼 신중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린 건가?
 
4년 전에 의뢰받고 쓰기 시작해서 작년 12월에 촬영이 끝났다. 크랭크업 이틀 전까지 고쳤다.
 
▷ 무엇을 얼마나 고쳤길래 촬영 종료 이틀 전까지 수정 작업이 이뤄진 건가?
 
한두 개였으면 기억할 텐데….(웃음) 배우와 스태프가 계속 가만 놔두지 않고 물어봤다. '이거 개연성이 떨어지지 않나?' '충분히 재밌는 건가?' '감정이 맞니?' 구멍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그걸 계속 메우는 작업을 크랭크업 이틀 전까지 한 거 같다. 큰 틀은 정해졌지만, 그 안에서 작은 구멍들은 '올빼미'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모든 영화가 갖고 있다.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만큼 막는 작업을 계속했다.
 
▷ '올빼미' 현장에서 처음 컷을 외쳤던 장면이 기억나나? 그때 기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첫 컷은, 이준익 감독님이 와서 슬레이트 쳐주신 장면인데, 내의원에서 만식(박명훈)이가 경수(류준열) 데리고 들어오는 모습을 팔로잉하는 컷이었다. 찍고 나서 '이게 오케이인가? NG인가?' '더 찍어야 하나?' '뭐가 부족하지?' 이런 걸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웃음)
 
▷ 오케이인지 NG인지 어떻게 확신을 가졌나?
 
언제 오케이 하면 되는지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 물어보고 다녔다. 이준익 감독님에게도 물어보고 다른 감독님에게도 많이 물어봤는데 속 시원한 대답은 들을 수는 없었다. "다 알게 돼"라고 했던 거 같다. 그런 두려움을 안은 채로 촬영장에 갔다. 그래서 특히 촬영 초반에 테이크를 많이 갔다. '과연 맞는 건가?' 그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 남의 영화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재밌고 좋으면 오케이 했던 거 같다.(웃음)
 
▷ 기다림이 길었던 첫 연출작에 대한 부담을 어떤 식으로 이겨나갔나?
 
남의 영화 보고 있는 거 같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구나' '내 상상력은 정말 보잘 것 없구나' 그러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까. 그냥 주어진 것들, 있는 것들을 어떻게 잘할까만 생각했던 거 같다.

영화 '올빼미' 현장 스틸컷. NEW 제공
 

1987년 7월 17일 오후 3시 40분 대한극장을 나서며 꾼 감독의 꿈

 
▷ 원래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나? 영화계에는 어떻게 발 들이게 됐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을 하려고 했고, 학교도 영화과를 갔다. 그런데 영화계에 바로 일을 하진 못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30대 초중반쯤 연출부 막내로 일하면서 스태프로 두 작품 정도 했다. 마지막 작품이 '왕의 남자'다. 그다음부터 계속 시나리오 쓰면서 연출을 준비했다.
 
▷ 영화감독을 꿈꾸게 만들거나 지금도 영향을 주는 감독이나 작품이 있을까?
 
1987년 7월 17일 오후 3시 40분 중구 대한극장에서 '백 투 더 퓨처'를 보고 나오며 영화감독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이제 많은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 요즘은 고전 영화나 히치콕 영화를 심심하면 찾아본다.
 
▷ 감독의 꿈을 꾼 시작점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날 결심을 한순간이라 그렇기도 하고, 그날이 영화 개봉 날이었다. 내가 아침 7시쯤 갔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표를 사지 못하고 오전 내내 사람들에 휩쓸려 다녔다. 예전에 대한극장을 가면 사진을 찍어서 크게 벽에 붙여놨었다. 그 사진을 찾아보면 인파 속에 내가 있다. 그런 날이기도 했고, 영화가 워낙 재밌었다.

외화 '빽 투 더 퓨쳐' 스틸컷. 다음 영화 제공
 
▷ 본격적으로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상황이다. 연출자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가늘고 길게 갔으면 좋겠다.(웃음) 생활인으로서 연출하는? 계속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데 제일 어려운 일 아닐까?
 
▷ 앞으로 영화를 만들어 나가면서 이것만은 지키고 싶다는 연출자로서의 태도나 방향성이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지금 질문을 받고 잠깐 든 생각은 있다. 재미없는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목표니까!
 
▷ 구상 중인 차기작도 혹시 장르물일까?
 
지금 쓰고 있는 건 SF 스릴러다. 한 2~3년 뒤 근미래를 다루는 작품인데, SF는 스릴러 장르에 녹여볼까 한다. 아직은 시놉시스 단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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