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메시의 눈을 부쉈다" 승리에 도취한 사우디 팬들

   
아르헨티나전 승리가 확정되자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은 순간 카타르까지 원정 응원을 온 팬들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우디는 22일 오후 1시(이하 현지 시간) 카타르 알다옌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 대 1로 이겼다.
 
경기 시작 전, 루사일 스타디움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응원으로 물결을 이루었다. 사우디 팬들은 아르헨티나의 응원에 다소 주눅이 들어 있었다.
   
전반 10분,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의 선제 프리킥골이 터지나 경기장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응원 소리로 휩싸였다. 초록색 사우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사우디의 살리흐 샤흐리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그러자 침묵하던 사우디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이때부터 아르헨티나 팬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연합뉴스

얼마 뒤 살림 다우사리 역전골이 들어갔다. 동점골 이후 분위기가 올라 있던 사우디 팬들은 괴성을 질렀다. 경기장은 축제의 장이 됐고 팬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사우디 팬들이 가져갔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경기장이 울릴 정도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차단하거나 사우디가 역습을 하면 목소리는 더 커졌다.
   
후반 45분이 지나고 연장전에 돌입하자 앉아 있는 사우디 팬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꺼내 경기가 끝나는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루사일 스타디움은 사우디 팬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우디 선수들도 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응원에 감사를 전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하철역에서 승리의 구호를 외치는 사우디아라비아 팬과 이를 지켜보는 아르헨티나 팬들. 노컷뉴스

사우디 팬들의 여흥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루사일 스타디움 인근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면 노래를 불렀다.
   
역 안에서 사우디 팬들은 "우리가 메시의 눈을 부쉈다", "메시는 어디 있냐.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그들은 함께 걸어 가던 아르헨티나 팬들이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더 높였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씁쓸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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