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데이비 클라선은 세네갈과 경기에서 전반 킥오프 이후 98분17초가 지난 시점에서 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이 8분 남짓 흘렀을 때 세네갈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늦은 시간에 터진 골일까? 놀랍게도 아니다. 바로 직전에 끝난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가 마지막 골을 넣은 순간의 경기 소요시간은 102분30초였다.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에서 전반전 추가시간은 무려 14분이었다. 이란 골키퍼의 부상으로 경기가 지연됐고 잉글랜드가 전반에만 3골을 터뜨리면서 세리머니 시간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축구 경기에서는 각 하프의 추가시간이 5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5분이 주어지면 꽤 길다고 느껴졌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는 5분이 짦은 편에 속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이변은 일으켰던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은 후반 45분이 지난 뒤 14분을 더 뛰었다. 미국과 웨일스의 후반전 추가시간도 10분을 넘었다.
'로스타임'으로 불리는 추가시간이 이번 대회부터 갑자기 길어졌다. 왜 그럴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후반 경기 시간 90분을 정확히 지키겠다는 방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FIFA는 4년 전 러시아 대회 때부터 실제로 지연된 시간을 정확히 추가시간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통계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러시아월드컵에서 열린 첫 32경기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평균 추가시간은 13분10초가 주어져야 했지만 실제로는 평균 6분59초만 적용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비디오 판독(VAR) 시간, 부상, 세리머니 등 경기가 지연되는 시간을 최대한 추가시간에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카타르월드컵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에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침대축구'와 같이 현재 스코어 그대로 경기를 끝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지연하는 행동은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선수들의 실제 플레이 시간은 90분이라 하더라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라운드에 머무는 시간은 전후반 추가시간만큼 더 길어진다.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더 커질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