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지역에 역대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섬 지역 등 일부 주민들은 물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가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지난 21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도 일정항.
살수차라고 새겨진 커다란 탱크를 실은 15톤 트럭 5대가 잇따라 배에서 내린다.
이 차량들은 인근 생일도 정수장에서 실은 물을 하루 4차례씩 금일도를 오가며 매일 300톤씩 옮기고 있다.
트럭에 실린 물들은 4%대 저수율을 보이는 금일도 척치 정수장으로 옮겨지며 이를 토대로 금일도에서는 2일 급수 4일 단수가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
금일도에는 지난 2014년 가뭄 이후 용항정수장이 추가로 설치되면서 섬주민들의 물 부족 문제는 더이상 없을 것으로 안심했다.
하지만 용항정수장의 저수율도 한 자릿수(9%)로 떨어지면서 바닥이 드러났다.
농업용수 등 최대 30만톤 이상의 물을 보관할 수 있지만 현재 저수된 물의 양은 2만 9천 톤 정도에 불과하다.
완도수도지사 관계자는 "생일도에서 들어오는 물로 제한급수라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가뭄이 더 심해질 경우에는 2일 급수 6일 단수까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일도 주민들은 평생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가뭄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수나 빨래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여든이 넘도록 금일도에서 살아온 김수태(81)씨는 "평생 금일도에서 살면서 가뭄이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예전에는 지하수가 나오거나 물탱크를 설치한 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물이 나오지 않으면 꼼짝 없이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등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주민들의 불편은 더 큰 상황이다. 읍사무소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6·여)씨는 "지금처럼 사흘 단수됐다가 물이 다시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단수가 더 길어질 경우 대책이 없다"라며 "물탱크를 마련해뒀지만 물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돼 청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식장 등에서 일해 매일 씻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은 단수 지역을 피해 지인의 집 등에서 씻고 있으며 택시 등의 차량 세차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완도군은 이달 들어 소안면과 금일읍, 노화읍과 보길면 등을 제한급수 대상에 포함시켰다. 오는 12월 중순부터는 고금면과 약산면에서도 제한급수가 시작될 계획이다.
이처럼 광주전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계속됨에 따라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가뭄대책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물절약 캠페인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라남도는 21일 김영록 지사 주재로 가뭄대책 상황보고회를 열고 본부장을 김 지사로 격상했다. 전남도는 가뭄이 심각한 완도와 신안 등에 물을 지원하는 한편 관정 개발과 배수로 준설 등을 검토 중이다.
앞서 광주시는 물 부족 위기에 대한 사전비상행동단계에 돌입을 선언하며 수압저감 실천 현황을 조사하고 희망세대에 대해 수압을 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