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이폰에 낸드플래시 공급"…'적자' 경쟁사 타격 불가피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하는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를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부터 구매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삼성전자에서 공급받을 것이라는 대만 매체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주요 경쟁사들이 잇따라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삼성전자가 '대어'를 낚으면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2일 대만의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YMTC로부터 3D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아 중국 내수용 아이폰에 탑재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YMTC가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YMTC를 비롯해 중국 기업 31개 사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60일 간의 검증 시한이 끝나는 다음달 6일에는 최종적으로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애플은 대신 아이폰에 D램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로부터 낸드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디지타임스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내년부터 아이폰용 낸드 제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세계 최고 용량의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그동안 낸드 단품만 공급해야 하는 애플과의 계약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메모리 솔루션을 더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결국 고집을 꺾고 애플에 낸드를 공급하기로 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인해 누적된 재고를 소진하는 동시에 낸드 시장 점유율 상승을 꾀하는 일거양득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침체 여파로 생산을 줄이고 시설투자도 대폭 감축하기로 한 경쟁사와 달리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특히 "낸드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편, 낸드 원가 경쟁력이 상당히 우수하기 때문에 가격 탄력성을 활용해 수요를 선제적으로 창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디지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버티기와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14 프로 맥스의 칩 구조. 가운데 빨간 네모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IFIXIT 캡처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애플에 낸드를 공급하던 기존 납품업체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의 키옥시아,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등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닌 원가 구조를 자부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현재 삼성전자 낸드는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흑자 구조를 확보해 낸드의 가격탄력성을 활용한 선제적 수요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YMTC 몫이었던 중국 내수용 아이폰에 낸드를 공급한다. 전체 물량의 10%가량이다. 원가 경쟁력을 토대로 공격적인 매출 증대에 나설 경우 낸드 공급량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3%였다. SK하이닉스가 20.4%로 2위를 차지했고 이어 키옥시아 16.0%,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각각 13.0%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매출 비중이 높은 경쟁사들은 삼성전자의 가세로 점유율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삼성전자는 우월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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