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2020년 수준으로 떨어질 듯

조세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서 수정안 발표
시세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도 첫 도입했던 2020년 수준으로 낮추도록 권고

황진환 기자

정부가 내년에 적용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관련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 제도를 '초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2일 오후 2차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를 열어 2023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수정안을 마련한 전문가 자문위원인 건국대 유선종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역전문제, 과도한 국민 부담 증가, 가격균형성 개선 차원에서 2020년 수준으로 현실화율 환원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는 공동주택의 경우 △2020년 69.0% △2021년 70.2% △2022년 71.5% △2023년 72.7%이다.

즉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대비 공시가를 올해의 71.5%나 내년 적용 예정이었던 72.7%가 아닌, 2020년의 69.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면 △9억 원 미만 68.1% △9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69.2% △15억 원 이상 75.3%으로 평균 69.0%다.

올해 현실화율과 비교하면 공동주택은 -3.5%, 단독주택은 -7.7%, 토지는 -8.5%씩 올해보다 하향 적용되게 된다.

이에 대해 "최근의 부동산 시장상황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역전(공시가격 > 실거래가격) 문제가 공동주택 외 가격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제도 수용성 차원에서 2022년 수준 현실화율 동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2024년 이후의 현실화율이나 최종 목표현실화율, 유형 및 가격구간별로 구분한 목표달성기간 등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는 "2023년 시장상황 및 경제여건 등을 고려하여 2023년 하반기에 다시 검토하자는 조세연의 제안이 바람직하다"고 정리했다.

박종민 기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1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세웠다. 보유세(재산세, 종합소득세) 등 세금은 물론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부담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에 이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금 부담이 과도해졌다는 불만이 일었고,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조세연은 지난 4일 1차 공청회를 열어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정했던 기존 현실화 계획을 1년 유예하자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지난 10일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 검토 후 수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제안한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더 강화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집값 하락으로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간의 격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진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실거래가격이 공시가를 앞지르는 '가격 역전 상황'까지 벌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는 물론,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관련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라는 반발 여론에 정부가 동결안을 넘어 보다 강도 높은 하향 조정안을 요구했던 셈이다.

특히 올해 종부세 대상인원이 역대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국회에서 종부세 완화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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