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우린 모르는 척, 개인 비리로" 영장에 담긴 증거 인멸 우려

정진상 구속영장 청구서
김용, 유동규에 "檢 출석 말고 태백산맥으로…"

대장동 사업자들에게서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 제공 대가로 6차례에 걸쳐 총 1억 4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정 실장과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종용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 "쓰레기라도 먹어라, 배탈 나서 병원에 입원해라"


뉴스타파가 21일 공개한 정진상 실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증거 인멸 염려' 부분에서 정 실장과 김용 부원장의 증거 인멸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해 "정치적 지위 및 인맥을 이용하여 핵심 수사 대상자를 회유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도록 종용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인적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핵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으로,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김만배를 회유하려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휴대전화를 던져 버릴 것'을 지시하고,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신형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버리는 등 관련 증거를 인멸, 은닉한 사실이 있다"고도 적시했다.

검찰은 특히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되었을 때 유 전 본부장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고, 우리대로 선거를 밀어 붙일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며 유 전 본부장에게 정 실장은 물론 관련자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종용했다"고 했다.

정 실장에 앞서 구속기소된 김용 부원장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검찰은 "그 무렵 김 부원장은 검찰 출석을 앞둔 유 전 본부장에게 출석하지 말고 '침낭을 들고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만 숨어 지내라', '어디 가서 쓰레기라도 먹어라,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입원해라'면서 이 사건 핵심인물 유 전 본부장을 도피시키거나 진술을 회유하려는 시도를 했다"도 적었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은 정 실장이 근무하던 당사와 국회 본관을 압수수색할 당시 자료를 대량 삭제한 것으로 의심했다. 당사와 국회 본관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사무실 PC가 지난 9월 27일 일정 시점 이전 자료를 대량 삭제하거나 지난달 24일 PC를 새로 교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와서다.

김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을 때 정 실장이 아내와 주고 받은 문자도 근거로 제시됐다. 정 실장의 아내는 남편에게 '유동규가 괘씸하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위해를 가할 듯한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면서 "이에 비추어 불구속으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경우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의 우려도 있다"고 봤다.


'라임 사태' 김봉현 언급하며 '도망 염려' 우려


검찰은 '도망 염려' 측면에서는 최근 보석 상태에서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한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건을 언급했다. 정 실장이 이목이 쏠린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금품 수수 등 치부 사실이 드러나거나 발각되는 경우, 처벌을 회피하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도망갈 염려가 객관적으로 높다고 봤다. 검찰은 그러면서 올해 9~10월 정 실장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김용 부원장 정치자금법 사건 수사가 진행된 이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대부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나 국회 일대 머물러 주거가 일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9일 압수수색 당시 정 실장이 국회에 있으면서 참여 통지를 받고도 압수 수색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당직자들도 "정 실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며 정 실장 소재를 은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정 실장은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물론이고 2회에 걸친 사기 사건에서도 여러 차례 수년간 소재 불명으로 기소중지된 사실이 있다"며 올해 초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 의혹 사건으로 십여 차례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절한 사실도 제시했다.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새벽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실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맡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로부터 6차례에 걸쳐 1억4천만원을 받고, 2015년 2월 대장동 민간업자 선정을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지분 일부인 428억원(세전 700억원)을 김용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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