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 조사에 시동을 걸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앨빈 브래그 지검장이 이끄는 맨해튼지검은 전임자인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전 지검장 시절 형사기소를 검토하다 포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출신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의 입을 막기 위해 13만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해 선거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밴스 전 지검장 시절 검찰은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돈을 지급했다'는 코언의 진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회사가 코언에게 13만달러를 나중에 변제했다는 점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수사도 진행한 바 있다.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지급한 돈을 법률 자문 비용인 것처럼 위장 처리해 기업 관련 기록의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NYT에 따르면 경범죄에 불과한 기업 기록 조작 사건을 중범죄로 기소하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범죄를 감추기 위해 기록을 조작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당시 검찰은 트럼프가 선거자금법 위반 사건을 감추기 위해 입막음 돈의 지급 기록을 조작한 것이라는 논리로 기소를 검토했으나, 연방법인 선거자금법 위반과 관련한 기소는 법원에서 기각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포기하고 트럼프그룹의 금융·세금 사기 혐의로 수사 방향을 전환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브래그 현 지검장은 '트럼프의 회계사'로 불리는 앨런 와이셀버그 전 트럼프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압박해 입막음 돈 관련 수사에서 그의 협력을 얻어낸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그룹 세금 사기 사건으로 기소된 와이셀버그는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에 관한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지만, 보험 사기 사건으로 추가 기소하겠다고 압박할 경우 결국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트럼프그룹 소유 부동산 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해 감정평가사를 조사하고 보험사에 소환장을 보내는 등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방 법무부도 지난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혐의를 수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등 최근 대권 재도전을 선언한 트럼프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