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 수아레스스 시스털스?"(Are you Suárez's Sisters?)"
그냥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가나 축구 대표팀 관계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가나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레전드 축구 스타였네요.
오늘의 카타르 이야기는 가나의 미디어 공개 훈련장에서 만난 '귀인'에 관한 이야깁니다.
21일 오후(한국시간) 가나는 카타르 입성 후 첫 미디어 공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미디어 공개라고 해도 15분이 전부지만 첫 공개 훈련인 만큼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가나의 훈련 시간은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 시간과 겹쳤습니다. 아쉽지만 잉글랜드-이란 경기를 취소하고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존 훈련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관계자들이 먼저 나왔습니다. 한국 취재진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군요.
그런데 그중 한 남성이 제 다리를 치면서 비켜 달라고 했습니다. 가나 선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요. '이렇게 자리가 넓은데 조금 민감한 사람이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잠시 뒤 한 외국인 기자가 이 남성에게 다가와 "혹시 여기에 가나 취재진이 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자신을 우루과이 기자라고 소개한 그는 가나 기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며 애타게 취재진을 찾았습니다.
그러자 이 남성이 우루과이 기자를 향해 대뜸 루이스 수아레스(35·나시오날)를 아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영어식 아재 개그를 시전했습니다. 참고로 우루과이 기자는 여성입니다.
"아 유 수아레스 시스터스?"(당신이 수아레스의 누나입니까?)
우리로 치면 비슷한 발음을 곁들인 말장난 정도겠네요. 그런데 이 남성,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번이나 같은 농담을 합니다.
당황한 우루과이 기자는 자신이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면서 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또 다른 가나 관계자가 아재 개그를 한 남성을 가리키며 유명한 축구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독일), AS 로마(이탈리아), 아약스(네덜란드). 유럽 명문 팀 이름이 거론됐습니다. 그의 AD카드에는 새뮤얼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후배 기자가 검색을 하더니 깜짝 놀랐습니다. 아재 개그를 한 아저씨가 가나의 레전드이자 아프리카의 레전드 새뮤얼 쿠포르(46·가나)였던 겁니다.
우루과이 기자에게 수아레스 개그를 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수아레스와 잠시 같은 팀에 뛰었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아약스 시절이었죠.
귀인을 만난 저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은 쿠포르와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저희는 가나의 전력에 대해 물었고 쿠포르는 손흥민(토트넘)을 궁금해했습니다.
"손흥민 몸 상태는 어때요? 경기에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 취재진도 손흥민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모릅니다. 심지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함구령까지 내렸죠. 솔직하게 우리도 모른다고 말해 줬습니다. 쿠포르가 연막작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짜 모르거든요.
쿠포르 가나의 전력에 대해 "토너먼트 경기의 결과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0위로 낮지만 "축구의 결과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얼마 뒤 아재 개그를 받아 준 우루과이 기자도 쿠포르와 인터뷰를 하더군요. 오늘의 교훈은 '레전드도 아재 개그를 한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