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트라페즈'(Flying Trapeze).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 아트서커스 '태양의서커스-뉴 알레그리아' 공연의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인 '플라잉 트라페즈'(Flying Trapeze). 무대 위 10m 높이에 한쪽에 2개씩 4개의 공중그네가 설치됐다. 곡예사들은 힘껏 도약해 텀블링한 뒤 몸을 무릎으로 지탱한 채 거꾸로 매달린 캐처들의 두 팔을 잡았다가 다시 그네로 돌아왔다. 고개를 치켜 들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곡예사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파이어 나이트 댄스'(Fire Knife Dance).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서커스-뉴 알레그리아'는 곡예사들의 피·땀·눈물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30분(인터미션 30분) 동안 10여 가지 곡예를 촘촘하게 엮었다. 러시안 바(Russian Bars)와 뱅퀸(Banquine)을 이용해 공중발레를 펼치는 '아크로 폴'(Acro Poles), 거대한 바퀴 안에서 곡예를 선보이는 '저먼 휠'(German Wheel), 강렬한 드럼 연주에 맞춰 불꽃을 만지고 삼키는 '파이어 나이트 댄스'(Fire Knife Dance), 트램폴린 위에서 갖가지 묘기를 부리는 '파워 트랙'(Powertrack)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태양의서커스-알레그리아'는 '태양의서커스'의 대표작이다. 1994년 초연한 후 40개국에서 14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뉴 알레그리아'는 '알레그리아'의 새 버전이다. 25주년을 기념해 2019년 무대 연출, 음악, 곡예, 세트, 이상, 조명, 분장 등 모든 구성 요소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새 버전은 스토리를 한층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오래 전 선왕이 죽고 난 후 무너져가는 왕국을 배경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귀족 세력과 변화를 꿈꾸는 신흥 세력의 권력 투쟁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뉴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환희, 희망, 기쁨을 뜻한다.
궁정의 어릿광대 '미스터 플뢰르', 귀족들, 신흥세력을 상징하는 브롱크스, 사후세계에서 온 천사들, 님프들, 광대들 등 각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한 의상과 메이크업을 살펴보는 건 또다른 재미다. 한 벌 한 벌 창작진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96벌의 의상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음악은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드럼·아코디언·기타·첼로가 어우러진 선율은 록과 팝, 재즈를 넘나들며 곡예 동작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2명의 보컬이 들려주는 노래는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을 후벼 판다. 희망을 전하는 작품의 메시지처럼 온기가 넘친다.
1994년 '알레그리아' 초연 당시 연출을 맡았던 프랑코 드라고네(1952~2022)는 "진정한 야망이란 하늘의 별을 좇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손 내밀어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공연을 보고 나면 이 한 마디를 자신도 모르게 읊조리게 된다. '알레그리아!'. 공연은 2023년 1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