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父子 MVP "아버지는 안목이 없어요. 내 아들은 야구 시킬 것"

이정후, MVP 상패에 입맞춤. 연합뉴스
올 시즌 가장 빛난 별로 선정된 이정후(24·키움)가 아버지인 이종범 LG 2군 감독과 함께 부자(父子) MVP(최우수 선수) 수상자가 된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17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 리그 MVP에 선정됐다. 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107표 중 104표를 얻었다. 
 
압도적인 표 차로 MVP를 거머쥔 이정후는 "표가 이 정도로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더 많이 나온 것 같다"면서 "(안)우진이도 잘했고, 피렐라도 잘했다. 많은 분들이 뽑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웃었다.
 
올 시즌 이정후는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다. 정규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9리,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출루율 4할2푼1리, 장타율 5할7푼5리의 성적을 거뒀다. 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 부문을 석권하며 타격 5관왕을 차지했다. 5개 부문 이상을 수상한 것은 2010년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을 석권하며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은퇴) 이후 처음이다.
 
KBO 리그 40년 역사상 최초로 부자(父子) MVP가 탄생한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LG 2군 감독은 1994년 타율(0.393), 안타(196개), 득점(113점), 도루(84개), 출루율(0.452)에서 1위에 올라 타격 5관왕을 거머줘었고, 그해 MVP까지 품에 안았다.
 
아버지 이종범에 이어 MVP를 수상한 이정후는 "아버지를 뛰어넘으려고 야구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빨리 지우고 싶었다"면서 "MVP를 타거나 해외 진출을 하면 지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의 이름을 지우고 제 이름으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MVP 수상 소감 밝히는 이정후. 연합뉴스
사실 아버지 이종범은 아들 이정후가 어릴 적 야구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선수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고, 아들이 힘든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이정후는 "내가 야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못하면 집에서 쫓아낼 거라고 말했다"고 웃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정상에 올라서야 아버지의 진심을 깨달았다. 이정후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비참해질 게 아버지 눈에 보였던 것 같다"면서 "나도 아버지와 비교되면 힘들 거라는 걸 어렸을 때 느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이종범은 항상 묵묵히 아들 이정후를 응원했다. 이정후는 "그동안 야구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켜봐 주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항상 친구처럼 옆에 있어주셨고, 힘들 때는 멘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아버지가 야구를 반대하셨던 어린 시절에 대해 "아버지께 죄송하지만 야구를 안 시키려 하신 걸 보면 안목이 안 좋으셨던 것 같다"면서 "나는 내 아들이 야구를 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고 말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정후는 "아버지부터 나까지 거의 30년째 뒷바라지를 하고 계신다. 사실 어머니가 더 많은 주목을 받으셔야 한다"면서 "어머니께 너무 감사드리고, 이렇게 효도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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