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놓쳐서 지각했다는 건 변명이 안되니까 좀 일찍 나왔습니다. 근데 그럴 필요가 없었나 보네요."
동이 트기 직전인 18일 오전 6시 40분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시 논현동에 있는 회사를 다닌다는 이모(44)씨는 평소보다 20분 일찍 집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날부터 시행된 광역버스 입석 승차 금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평소 회사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걸려 7시에 집에서 나오면 딱이었는데, 입석 금지 때문에 사람이 몰릴까봐 일찍 나왔다"라며 "근데 전광판을 보니 자리가 넉넉하다"고 말했다.
강남역에 있는 회사를 다니는 강모(34)씨는 "입석이 안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게 오늘인지는 몰랐다"며 "평소와 같은 시간에 나왔는데, 잔여 좌석이나 사람들 수도 변한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우려했던 출근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청명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시민 10여명이 강남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모두가 버스에 탔다. 이들이 전부 타고도 남은 좌석은 20석이었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 한신 AK플라자 정류장에서는 시민 2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은 좌석이 1자리뿐이라 늦게 온 사람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친 정모(28·여)씨 "아침에 나오기 직전에 '입석 금지'를 알게 돼 당황했다"며 "퇴근은 늦어져도 상관없지만, 출근은 다르니 다음부터는 좀 더 일찍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 이외에 좌석이 부족해 버스를 놓치는 사람은 더이상 없었다.
경기고속 관계자는 "이전 정류장부터 승객 숫자를 봐가면서 태운다. 최대한 만석을 안 만들기 때문에 못 타는 승객이 거의 없다"며 "승객들도 입석이 금지된다고 하니까 미리 다른 정류장으로 갔거나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을 오가는 준공영제 공공버스는 112개 노선 1123대로, 경기도 전체 공공버스 220개 노선 2093대의 51%에 달한다.
광역버스 입석 승차는 원칙상 금지됐지만, 그동안 버스업체들은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을 용인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일부 버스 업체 노조가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입석 금지 준법투쟁에 나서며 입석 승차를 중단하게 됐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핼러원 참사가 발생, 마지막까지 입석 승차를 용인했던 KD운송그룹 계열 13개 버스업체가 입석 승차 중단에 동참했다.
이로써 사실상 경기지역 전체 광역버스에서 입석 승차가 제한된 셈이다.
KD운송그룹 계열 광역버스의 입석률은 3% 남짓으로, 하루 평균 2925명이 입석 중단으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김동연 경기지사는 SNS를 통해 "정부 및 수도권 지자체와 함께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대응 협의체'를 상설화해 승객 불편과 혼잡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는 등 입석 문제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전세버스, 예비차량 등 20대를 투입하고, 9월에 수립한 '광역버스 입석대책'에 따라 늘리기로 계획된 68대의 차량도 내년 초까지 투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으로 계획했던 증차 물량을 앞당겨서 이달 안으로 12대와 예비차 3대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