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싸움 끝에…여야 경찰국·지역상품권 예산 주고받기

경찰국, 지역사랑상품권 등 여야 첨예한 예산안 우선 상임위는 통과했지만
예결위 예산소위 시작되면서 갈등 본격화할 듯…'준예산' 가능성도 계속 거론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채익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윤창원 기자

예산정국에서 첨예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윤석열표' 경찰국과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등 민감한 예산의 증감 문제를 놓고 우선 한발씩 물러났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선 행안부 경찰국 인건비와 기본경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비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인 끝에 일부 항목에 합의를 이뤘다.
 
행안위에선 우선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결소위) 단계에서 3억 9400만 원 규모의 '경찰국 인건비'가 전면 감액된 것이 양당 간사 협의를 통해 '행안부 본부 인건비'를 1억 원 감액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결국 행안부 내 인건비 조정으로, 경찰국 인건비는 타격을 받지 않게 됐다는 게 여당 측 설명이다.
 
아울러 경찰국 기본경비 역시 당초 정부안상 2억 9백만 원 예산안 전액을 감액하는 것에서 10%가량만 줄이는 것으로 조정됐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취임 이후 신설된 경찰국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같은 조직에 어떻게 예산을 줄 수 있냐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결국 한발 물러선 것이다.
 
대신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가 중점적으로 내세워온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액을 5천억 원 수준으로 방어했다. 당초 정부안에는 아예 책정돼있지 않았던 예산이었다. 이에 예결소위에선 지원액을 7050억 원까지 새로 늘렸지만, 여당의 반대 끝에 5천억 원 규모까지만 늘리는 것으로 조정한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앞서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예결소위안을 밀어붙였지만, 전날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전체회의에 상정을 거부하는 등 야당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이날 오전부터 여야 간사가 협의를 거쳐 이같은 수정안을 내놨다.
 
이밖에도 이날 운영위원회 예산소위 회의에선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리 예산 일부(시설 관리 등 29억 6천만 원), 국가 사이버안전관리센터 구축 예산(20억 원) 등 여야간 이견이 큰 부문을 검토했다.
 
핵심 예산을 둘러싼 여야간 기싸움은 이날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첫 걸음을 떼면서 본격적인 갈등으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상임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여야간 원만한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면서도 "다음 단계인 예결위에 많은 것이 달려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증액 예산 특성상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논의는 전면 재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나온 의결안은 오는 30일 예결특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에는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야간 타협이 어려울 경우 준예산이 적용될 수 있다. 준예산은 새로운 회계연도 개시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안이 집행되는 것이다. 여당 소속 예결특위의 한 의원은 "벌써 준예산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 양당 모두에 부담"이라면서도 "검찰 수사나 대통령실과의 관계 등 여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원만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예산정국에 큰 부담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