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 시즌 시상식이 열린 17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이날 시상식을 누구보다 눈을 빛내며 지켜본 이들이 있었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24)의 가족, LG 우완 고우석(24)의 새 식구들이었다.
바로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 씨와 여동생 이가현 씨였다. 고우석은 이가현 씨와 내년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 장모와 부인이 보는 앞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
이정후는 이날 최고의 영예인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와 함께 타격 5관왕을 받았다. 고우석도 역대 최연소 40세이브를 달성하며 구원왕(42세이브)에 올랐다.
고교 때부터 절친인 이들이 처남-매제가 되는 사연은 시즌 때부터 화제가 됐다. 더군다나 고우석의 예비 장인은 올 시즌 LG 2군 감독을 맡은 이종범 코치다.
일단 아들의 수상을 정 씨의 얼굴에는 대견스럽다는 눈빛이 가득했다. 정 씨는 "28년 전 남편의 MVP 수상 때보다 오늘이 좀 더 뜻깊다"면서 "남편은 이미 프로 선수가 된 이후 만났는데 정후는 서로 같이 만들어온 MVP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1994년 해태(현 KIA) 시절 타율 3할9푼3리 196안타 84도루 등 타격 5관왕에 오르며 MVP를 수상한 바 있다.
다만 이 코치가 한국 프로야구 최고 선수로 일본까지 진출했던 터라 너무 바빠 이정후는 어린 시절 어머니 정 씨와 보낸 시간이 많았다. 이정후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엄마는 항상 함께 하며 지켜드리겠다"고 효심을 드러냈다.
정 씨도 "아들도 운동을 했기 때문에 이동하는 차에서 주로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친구가 너무 많고 다소 즉흥적인 아버지와 달리 세운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운동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빠가 해외로 진출했을 당시는 준비가 너무 없어 실패가 당연한 것일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후는 아주 준비를 많이 해서 해외로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예비 사위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정 씨는 "사실 남편과 아들이 있어 사위로 야구 선수는 썩 달갑지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딸이 우석이랑 사귄다고 했을 때 정후가 제일 좋아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해서 그러면 결혼을 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 씨는 "오늘 정후의 MVP 수상도 그렇지만 고우석을 사위를 맞게 된 것도 큰 선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예비 신부 이가현 씨는 인터뷰를 고사하면서도 마스크를 쓴 만큼 겨우 어머니와 포즈를 취했다. 한국 야구 최고 가족의 흐뭇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