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부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의 설명을 보자 ''''(위의 그림은) 겸재가 72세에 그린 ''''해악전신첩'''' 21폭 중에 들어 있는 <총석정>이다.36세 때 그린 ''''신묘년 풍악도첩''''의 <총석정>은 환선정과 묘도 · 천도를 비롯해 총석봉 전체를 빠짐없이 그리다가 구도가 산만해져 실패했고, 63세에 그린 ''''관동명승첩'''' 11폭에 들어 있는 <총석정>(아래 그림) 역시 총석봉과 사선봉을 동해 바다 속 한 가운데로 마구 밀어 넣기만 하다가 바닷물 속으로 함몰당하는 듯한 수모를 당해 실패했다.
이제야 사선봉과 총석봉이 넘실대는 동해 바다 물결을 제압하여 겨우 체면을 세웠다. 그림다운 그림이 된 것이다. 겸재도 안도한 듯 총석봉 끝 절벽 위에 홀로선 총석정으로 발길을 돌리다가 사선봉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보이는 것을 모두 다 그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 그림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간송문화 76집, 196쪽)
<칠성암> (아래 그림)또한, 겸재 말년의 추상기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그림 역시 겸재가 72살 때 그린 ''''해악전신첩'''' 속에 포함된 한 폭이다. 다시 최완수 연구실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올해는 화성 겸재 정선(1676-1759)이 84세로 서거한지 250주년이 되는 해다. 겸재는 동양화의 양대 기법인 필법과 묵법에 정통해 필묵을 한 화면에서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진경산수화법을 창안한 동양화의 대성자이다.
암산절벽은 필법으로 처리하고 토산수림은 묵법으로 처리하되 토산수림이 암산절벽을 감싸서 음양조화를 이루게 하거나 토산과 암산이 마주보게 하여 음양대비를 이루게 하는 화면구성법을 구사했던 것이다.
이는 겸재가 율곡 학맥을 계승한 조선성리학자로 주역에 밝아 음양조화와 음양대비의 원리를 확실히 깨달아 알고 있던 결과였다. 인문학이 획기적인 화법창안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본보기이다.
간송미술관은 겸재 서거 250주년을 맞아 겸재의 작품과 겸재화풍을 계승한 후배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겸재 작품 70-80점 가량이 선보이는데, 겸재의 초충도 여러 점이 공개되어 겸재의 빼어난 초충도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심사정의 ''''삼일포'''', ''''만폭동'''',김홍도의 ''''옥순봉'''', 이인문의 ''''총석정'''',김득신의 ''''북악산'''',신윤복, 이광사,조영석의 작품 등 겸재화파 17명의 산수화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김홍도의 <옥순봉> 그림 중 이 것(아래 그림)은 가장 전신성(傳神性,내면세계를 표출해 내려는 경향)이 뛰어나 진경산수로 성공한 그림이다. 겸재 진경산수화법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자기화 해 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단원이 연풍 현감직에서 물러난 이후에 비로소 나타나는데, 아마 연풍 현감시절 근처에 있는 단양 팔경을 사생하면서 겸재의 진경산수화풍이 우리 산천을 그려내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인 듯하다.(위의 책,242쪽)
장소:간송미술관(성북초등학교 정문 옆)
문의:02-762-0442
사진자료:간송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