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영화톡]여성·확장성…'블랙 팬서 2' 성과와 과제 톺아보기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감독 라이언 쿠글러) <하>
물멍 덕후 H와 함께 본 새로운 와칸다의 캐릭터와 장면들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물멍 덕후 H는 강, 바다 등 '물' 보는 걸 좋아한다. 심지어 코인세탁소에서 빨래 돌아가는 걸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H는 '모아나' '니모를 찾아서' '도리를 찾아서' '아쿠아맨' 등 바다 배경 영화를 좋아한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는 해저 세계 탈로칸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렇기에 물멍 덕후 H는 이번 영화톡의 적임자였다. [편집자 주]
 

해저 세계 탈로칸과 새로운 빌런 네이머/쿠쿨칸의 등장


최영주 기자(이하 최) : '블랙 팬서 2'에서는 마야 문명의 부족이 세운 해저 세계 탈로칸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탈로칸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진은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프로덕션 가이드를 제작, 약 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영화 속 세계를 완성했다고 한다. 우선 물멍 덕후로서 신비로운 탈로칸의 세계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다.
 
물멍 덕후 H 기자(이하 H) : 개인적으로 각종 물 영상, 물멍 등을 좋아해서 '와칸다 포에버' 예고편에 등장한 수중제국을 보고 엄청 흥분했었다. 미국이 대서양에서 비브라늄을 찾겠다고 보낸 배에서 처음 탈로칸인들이 등장했을 때,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를 데려가려고 다리 위에 등장했을 때 내적 비명을 질렀다(멋있어!).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 : 역시 '물멍 덕후'다운! 나는 물 밖과 안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루카'도 떠올렸다. 엉뚱하지만 탈로칸인의 물속 모습을 보면서 프리 다이빙 훈련하느라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물속에서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H : 탈로칸 공간 재현도 아름다웠다.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났다. 코믹스와 달리 아틀란티스가 아닌 메소아메리카 원주민을 잇는 멕시코 문화권으로 설정한 것도 좋았다. 제국주의 침입과 식민 지배 역사 등이 맥락으로 작용해서 과거 와칸다처럼 고립주의 원칙을 택한 이유가 설명된다.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가 슈리(레티티아 라이트)를 데리고 심해 속 탈로칸 수도를 관광시켜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감미로운 OST와도 잘 어울렸고 말이다.
 
최 : 맞다. 스페인 침략 역사까지 이야기하며 탈로칸을 설명해 역사적으로도 현실과 연결했다. 이를 통해 영화 전반에 깔린 거울 같은 존재 와칸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이게끔 했다. 영화 초반 라몬다 여왕(안젤라 바셋)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되지만, 역사적·정치적으로 서구 열강의 욕망과 힘의 질서를 이야기하는데, 이를 미국의 상징적인 엔터 산물인 마블 영화이자 히어로물 안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궁금함을 넘어 의문이다.
 
그런데 물 밖에서 보이는 초인적인 능력과 달리 탈로칸 내에서 그들은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자꾸 프리 다이빙으로 인한 노력이 떠올라서 그런 걸까. 500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은 진화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 그런지 인간적인 모습이 강하게 다가왔다.
 
H : 그렇다. 아쉬운 점은, 수중세계를 보여주는 화면 일부에 '인간적인' 모습이 보였을 때 몰입감이 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탈로칸 세계관에서 탈로칸인들은 수중압력에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수중압력에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움직임이 언뜻언뜻 눈에 띄더라.
 
그럴 때 나 역시 순간 '수중 신 촬영하느라 제작진이나 배우들 모두 정말 힘들었겠다'는 현실 인식이 들었다. 물 밖에서 탈로칸인들이 싸우는 장면이 워낙에 멋있어서, 물속에서의 자유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것 같다. 배경 재현은 좋았지만, 움직임이 조금 아쉬웠다.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 : 새로운 세계만큼이나 새로운 빌런도 흥미로웠다. 적들에게는 네이머로 불리는 마야의 창조신이자 부활의 신 쿠쿨칸이 나왔다. 아즈텍 신화의 케찰코아틀과 동일시된다는 깃털 달린 뱀 신 쿠쿨칸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H : 탈로칸 전사 나모라(마벨 카데나), 아투마(알렉스 리비놀리)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달리 네이머의 첫인상은 속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인물처럼 보였다. 천진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금세 군주로서 상대 군주를 위협하는 연기를 할 때 인상적이었다. 빌런이라기보다는 안티 히어로, 다크 히어로 같기도 하고.
 
최 : 동의한다. 완벽한 빌런이라기보단 안티 히어로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침략자'인 서구 열강의 시선에서 본 그는 쿠쿨칸이 아닌 '네이머'라는 적이다. 그러나 그는 침략자에 대항해 민족을 지키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쿠쿨칸(히어로)과 네이머(빌런)라는 두 가지 이름을 부여받은 것 같다.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남긴 것들

 
최 : 새로운 캐릭터도 많이 나왔다. 치명상에도 좀비처럼 다시 일어나는 탈로칸인은 물론이고 착지부터 기성 슈트 히어로들과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 아이언 하트/리리는 오코예(다나이 구리라)의 창에도 굴하지 않고 파운데이션을 지적하는 요즘 세대였다. 전편에 이어 '식민개척자' 에버렛 로스(마틴 프리먼)도 등장해 반가웠다. '블랙 팬서 2'에서 누굴 눈여겨봤나?
 
H : 우선 2편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슈리. 1편과 비교하면 전투 신도 엄청 노력한 티가 났다. 여러모로 히어로로 빌드업하기 힘들었을 텐데 비교적 잘 성장시켰다. 그리고 탈로칸 전사 나모라와 아투마. 아투마는 오코예와 싸울 때 오코예가 놓친 창을 다시 던져주는 전투매너가 인상적이었다. 나모라도 와칸다 배 아래 음파 공격 장치를 결국 부수고, 슈트 입고 날아다니는 리리를 붙잡는 장면이 좋았다. 이들이 와칸다인들과 한편이 되는 모습도 보고 싶다.
 
또 라몬다 여왕. 영화 초반 유엔에서 '비브라늄보다 위험한 건 너네(서구 강대국들)야'라는 메시지를 이야기할 때 사이다였다. 여왕이라기보다 '왕 그 잡채'! 연기를 더 보고 싶었는데 돌아가셔서 1편에서 킬몽거 죽을 때만큼 아쉬웠다.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캐릭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 : 정말 "라몬다 포에버"를 외칠 정도로 '멋짐 그 잡채'였는데 그렇게 가시다니…. 라몬다 여왕을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이 전편보다 좀 더 다채로운 모습과 강인한 면을 드러낸 점이 좋았다. 다만 '미드나잇 엔젤'이라는 새로운 슈트는 마치 프레데터가 떠올라 아쉬웠다. 영화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좋았던 지점과 아쉬웠던 지점은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하다.
 
H : 좋았던 건 마블 영화 가운데 가장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 '와칸다 포에버'는 여성 과학자, 여성 장군, 여성 스파이 등처럼 '여성'이란 수식어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하더라. 나도 동의한다. 이런 여성 저런 여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니 '같은 여성'으로 묶이거나 대표성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서 각자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 '여성 서사'라는 말 자체도 애매한 표현이잖나. 우리는 남성 캐릭터가 많은 작품에 굳이 '남성 서사'라고 붙이지 않으니까. '와칸다 포에버'는 굳이 여성 서사로 묶을 필요 없이 캐릭터들한테 고유한 인격과 위치를 부여한 영화다.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에 굳이 티찰라 주니어를 아들로 등장시켜야 했느냐는 아쉬움이 있다. 딸 아들 이란성 쌍둥이였으면 어땠을까.
 
최 :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와칸다 여성'이 아닌 '와칸다인'으로 활약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편보다 여성 캐릭터들이 각자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게 반가운 것도 그들이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존재로서 생동감 있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있다고?
 
H : '와칸다 포에버'가 마블 영화 다양성 확장에는 기여하는 점이 있어도,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세계관 확장에 대한 기여도는 낮아 보인다는 것? 티찰라의 블랙 팬서는 영웅/슈퍼히어로보다 리더/군주/통치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했고 그래서 고결함과 도덕성, 평화와 통합의 가치가 중시됐다. 와칸다의 수호자인 블랙 팬서가 세계 평화를 위해 기존 고립주의 원칙을 깨고 연대에 나서는 이유가 되기도 했고.
 
그런데 '와칸다 포에버'에서 슈리의 블랙 팬서는 다시 와칸다의 수호자로서 블랙 팬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다. '블랙 팬서 1'은 다음 마블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데, 2편은 그런 힘은 약하다. 페이즈 4를 마무리하는 역할이라서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외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 : 채드윅 보스만에 대한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슈리를 새로운 왕으로 올리고, 새로운 세계와 빌런을 소개하고, 여기에 역사적 비극과 정치적 위협을 말하고, 또 페이즈 4를 마무리하면서 페이즈 5를 예고하는 등 많은 걸 담아야 하다 보니 생긴 한계 같다. 자, 이제 마지막 '한 줄 평' 시간이다. 난 '왕에 대한 헌사 이후 남겨진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대한 의문'으로 정리했다.
 
H : 1편을 '뛰어넘겠다'가 아닌 '이어가겠다'는 분명한 생존형 후속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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