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류정한 "22년 만에 연극…용기 낸 이유 있죠"

연합뉴스
"다시 도전하기 겁났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죠."

25년차 뮤지컬 배우 류정한(51)이 2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2022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을 통해서다.

타이틀롤 '맥베스' 역을 맡은 류정한은 15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연극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이 있었다. 가장 순수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며 "1997년 윤석화 선배님과 함께 한 '마스터 클래스'라는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했고, 2000년 연극 '세 자매'에도 출연했다"고 말했다.

류정한은 "연기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연극배우로서) 한계를 느꼈다. 스스로 부족함을 깨달았고 슬럼프도 왔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연극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 앞에 서는 게 겁났다"며 "그러던 중 '맥베스 레퀴엠' 제안이 들어왔고 이번에 용기를 안 내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맥베스 레퀴엠'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꼽힌다. 욕망에 현혹되어 던컨 왕을 살해한 후 왕위를 찬탈한 맥베스가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갇혀 파멸해 가는 이야기다.

류정한은 "50대가 되니까 결핍, 욕망 등 맥베스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맥베스가 될 수 있고 저 역시 한 인간으로서 맥베스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광기 어리고, 욕망에 사로잡힌 맥베스가 아닌 찌질하고 인간적인 맥베스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원작에서 맥베스는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세 마녀의 예언에 현혹돼 야욕에 사로잡힌다. 공연은 이야기의 배경을 전쟁 직후 스코틀랜드에서 1920년대 스코틀랜드 인근 재즈바로 탈바꿈시킨다. 작품 전반에 음악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박선희 연출은 "과연 우리가 맥베스를 탐욕으로 파멸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 작품을 시작했고, 관객이 공감하는 맥베스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음악은 맥베스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 주는 장치다"고 설명했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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