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경기도 화성에 건립할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를 통해 한국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베닝크 CEO와 ASML 코리아의 이우경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 캠퍼스의 설립과 준공,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청사진 등을 공개했다.
베닝크 CEO는 16일 화성에서 열리는 뉴 캠퍼스 기공식 참석차 방한했다. 앞서 ASML은 지난해 화성시·경기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2400억원 규모의 화성 뉴 캠퍼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화성 뉴 캠퍼스는 동탄 2신도시 도시지원시설 용지에 건립되며, ASML 코리아의 신사옥과 함께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베닝크 CEO는 "한국 고객의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제조 사업도 대규모로 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사와 가깝게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제조를 통해 부품 현지 조달이 가능해지고 한국에서 협력사 기반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ASML은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노광 공정이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6월 유럽 출장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났다. 베닝크 CEO는 이번 방한 기간에도 이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닝크 CEO는 "내년 경기침체에도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긴 어렵다"며 "장비 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기 침체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내년까지 주문과 출하량을 보면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며 "협력사와 더 많은 장비를 생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ASML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첨단 노드의 노광 공정 중요도 증가로 자사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년 안에 EUV 연간 생산능력을 90대로, 또 High-NA EUV 생산능력을 20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화성 뉴 캠퍼스 조성을 통해 ASML과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이 더 긴밀해지고, 첨단장비 관련 소재·부품 공급망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우경 대표는 "비용 효율적이고 보다 안정된 방식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지난 27년간 ASML 코리아가 한국 반도체 산업과 함께 성장하며 일궈온 성과를 꾸준히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