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송도해상케이블카 사업자가 매년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을 위한 기여는 낮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가 공공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업자와 협상에 나섰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공익 기부 방법이나 비율조차 제시하지 못해 협상 의지에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산 서구청은 송도해상케이블카 사업의 수익 배분 등 공공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업자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서구청은 송도해상케이블카 사업을 통한 지역 사회 공헌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2019년부터 사업자인 (주)송도해상케이블카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공한수 서구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공공기여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는 시급히 재협상안을 마련해 사업자와 담판을 짓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조만간 사업자 측과 직접 만나 케이블카 운영현황에 대한 얘기를 비롯해 구체적인 공공기여 비율에 대해 협상하는 등 실질적인 지역사회 공헌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시작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이용권 판매에 따른 매출만 174억원에 달했고, 한 해 탑승객이 100만명을 넘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공유수면과 조망권 등 공공재를 이용한 사업이 이처럼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지역사회는 이에 따른 수익이 거의 돌아오지 않고 있다. 케이블카 입장권과 상가 임대 수익 등 수익권이 100% 민간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서구청은 사업 추진을 앞두고 협약을 맺을 당시, 사업 성공 가능성과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며 민간사업자에게 사회 공헌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수익은 전량 민간업자에게 돌아갔다.
지자체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서구청은 뒤늦게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양측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특히 서구청은 수익 배분율 등 구체적인 공익 기여 조건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협상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비판까지 자초하고 있다.
(주)송도해상케이블카 관계자는 "서구청 관계자를 자주 만나고 있지만, 아직 공익기부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하지 않은 단계"라며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민간업자가 끝까지 수익 배분 등 공공기여를 약속하지 않을 경우에도 서구청이 사업자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어 결국 협상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공공 협상에 대한 추진 의지나 전략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구청이 구체적인 입장을 내고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데다 최근 코로나와 태풍 피해 등으로 송도케이블카 측이 힘들었던 상황이 있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