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공소장'에 등장한 이재명 외곽 조직…檢, 용처 파악 주력

김용 공소장에 이재명 '외곽 조직' 등장
총 7개 조직…혐의 시기와 대체로 겹쳐
검찰 "조직 구축에 고액 정치자금 필요"
불법 자금 조달 방법·전달 과정도 기술
"이재명 선거 자금 받기로 순차 모의해"

3년 전 김용 출판기념회에 간 이재명·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경기도 대변인 시절인 2019년 12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김용 네이버 블로그 캡처

검찰이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김 부원장이 주도해 만든 이재명 대표 지지 단체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액의 정치자금이 필요했다고 언급하며, 김 부원장이 받았다고 의심되는 불법 정치자금이 이같은 이 대표의 외곽 조직을 구축하는데 쓰였을 가능성도 암시했다. 검찰은 향후 추가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용처 파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용 공소장 속 이재명 지지 외곽조직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당 관계자와 대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12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김용 부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김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경선 조직관리를 담당하면서 2020년 7월 대외비 사안으로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을 수립했다. 해당 방안에는 △시·도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정당조직 대응조직체 구성 △지역 활동가 중심의 권역별 직능조직 구축 △적극적·진보적·급진적 성향을 보이는 자발적 모임의 활성화 △이재명 지사의 정치철학과 궤를 같이 하는 외곽그룹 신속 구축 등 내용이 담겼다.

비슷한 무렵 김 부원장은 9~13명으로 꾸려진 '조직단'을 구성해 주 단위로 회의를 개최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외곽 조직의 활동을 점검하고 향후 진행 상황도 논의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다른 측근들과도 조직단 회의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김 부원장의 계획과 조직단 회의에 따라 출범한 이재명 대표 외곽 조직이 상세히 기재됐다. 검찰이 적시한 외곽 조직은 지난해 4월까지 17개 권역별 본부를 구성한 '기본소득 운동본부'를 포함해 △대동세상연구회 △광주·전남 희망사다리포럼 △희망22포럼 △공정사다리포럼 △민주평화광장 △공명포럼 등 모두 7개다. 활동 시기는 김 부원장의 혐의 시기와 대체로 겹친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불법 정치자금 8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의 용처는 공소장에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외곽 조직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김 부원장 등은 이같이 조직 구축, 지지세력 확보 등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 준비와 그에 따른 정치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고액의 정치자금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이 받았다고 보는 8억여원대 불법 정치자금이 이 대표를 지지하는 외곽 조직의 설립과 활동 등에 쓰였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김 부원장이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불법 정치자금의 용처를 캐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과의 공모관계,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를 계속 수사중"이라며 "추후 드러나는 사용처에 따라 범죄 행위가 밝혀진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이외에 또 다른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자금 조달·전달과정 상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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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공소장에는 김 부원장이 받았다는 불법 정치자금의 조달 방법과 전달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혔다. 애초 자금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김씨가 선뜻 내주지 않자 그의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마련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김 부원장이 지난해 2~3월쯤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이재명의 대선 예비 캠프에서 '조직'을 맡아 광주 등 남부 지방을 돌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며 경선준비 자금 마련을 독촉했고, 이같은 김 부원장의 요구를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자금 조달을 요구받은 남 변호사는 NSJ홀딩스(前 천화동인 4호) 차용금에 더해 공사대금 부풀리기 등 수법이나 지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현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해 4월쯤 정민용 변호사(前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가 남 변호사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유 전 본부장도 마찬가지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김 부원장에게 이를 건넸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6월초에는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 측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후 역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전달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 무렵 수원 영통구 소재 '포레나광교' 인근 도로에 정차된 김 부원장의 차량에서 그중 3억원을 전달했다. 이어 같은달 다시 한번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에게 1억원을 받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넸고, 유 전 본부장은 경기도청 인근 도로에 세워둔 김 부원장의 차량에서 앞서 받은 5억원 가운데 일부를 합쳐 총 2억원을 김 부원장에게 줬다고 한다.

이같은 불법 정치자금 전달은 지난해 8월까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돈이 오간 때 역시 남 변호사 측이 마련한 1억4700만원을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지급했고, 김 부원장은 이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건네받았다.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김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횟수는 이같이 총 4차례로, 합계 8억4700만원에 이른다. 자금 전달은 모두 남욱 변호사 → 정민용 변호사 → 유동규 전 본부장 → 김용 부원장 순으로 이뤄졌다.

"이재명 선거자금 받기로 순차 모의"

황진환 기자

검찰은 이들 4명을 불법 정치자금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김 부원장 이외에 3명도 지난 8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직접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상당 부분 일치하고 돈이 오간 시기와 장소가 여러 인적·물적 증거로 충분히 입증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용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로부터 이재명 대표를 위한 대선 경선 준비자금을 제공받기로 순차 모의했다"고 밝히며, 불법 정치자금의 성격이 이 대표의 선거자금임을 분명하게 적시했다. A4용지 20쪽 분량의 공소장에 이 대표의 이름만 57차례나 등장한다.

김 부원장은 기소 이후 낸 입장문에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사실도 없고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나 이익을 분배받기로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유동규에게 대선자금을 마련하라고 말하거나 유동규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허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도 검찰의 수사 내용에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며 "이런 허무맹랑한 조작 조사를 하려고 대장동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속이고 역사를 속이는 것도 잠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며 "이 조작은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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