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여러 소음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 '소음'이 커지는 순간 터지게 되는 '소음 반응 폭탄'이란 소재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극적 긴장과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
물이 끓는 주전자 소리, 창문 여는 소리,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 잠시 후, 거대한 굉음과 함께 단독 주택이 폭발했다는 뉴스 속보가 전해진다. 그리고 뉴스를 지켜보던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김래원)에게 걸려 온 전화에서는 "소음이 커지면 터집니다. 다음 타깃은 축구 경기장이에요"라는 경고가 들려온다.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강도영은 관중들로 가득 찬 축구 경기장을 다음 테러의 타깃으로 지목하는 폭탄 설계자(이종석)를 막아야 한다.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의 위협은 계속되고, 사상 최대의 도심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모든 비밀을 손에 쥔 폭탄 설계자를 찾아야만 한다.
'데시벨'은 전반부 소음 반응 폭탄이란 소재를 활용해 극적 긴장감을 높이며 폭탄 설계자의 무차별적인 테러 위협을 그려내고자 한다. 그러나 야심 찼던 소재만큼이나 영화는 '소리' 혹은 '소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참신함과 긴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폭탄'이 등장했다는 데서 끝난다.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것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제대로 얽혀들지 못한다.
이는 '데시벨'이 진짜 보여주고자 한 것이 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폭탄을 터트리는 자가 있고 이를 막는 자가 있다면, 관객들은 누가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폭탄을 터트리며 많은 사람 중에서 특정 사건에 연루된 해군을 노리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둘 사이에 얽히고설킨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참사'라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 안에서 참사는 결국 개인과 개인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국가의 사과는 보이지 않고, 영화의 결말에서도 결국 그날 그곳에 있었던 개개인들의 죄책감과 사과만이 희생자들을 찾아간다.
이처럼 테러 액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생명과 참사, 국가와 개인 등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는 과도하게 넘치는 감정으로 인해 오롯이 와 닿지 못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어지는 주제 의식과 감정들은 전반부의 액션마저도 흐릿하게 만든다. 감정을 조금만 줄였더라면 오히려 메시지가 간결하고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데시벨'은 테러 액션과 묵직한 메시지 두 가지를 다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두 가지 모두 어정쩡한 상태에 머무르며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소재의 신선함만 남기게 됐다.
다만 김래원과 이종석의 연기는 빛나고, 이번 영화를 통해 스크린 데뷔한 차은우는 짧은 등장이지만 브라운관에서 봤던 것보다 한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데시벨'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배우 차은우의 얼굴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110분 상영, 11월 16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