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 중심에 있는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모 회장이 대북 사업에 지원되는 경기도 보조금으로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現 SBW생명과학)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노스는 경기도와 아태협이 대북교류 행사를 추진할 때마다 '남북경협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급등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태협 안 회장은 경기도로부터 북한에 밀가루 및 묘목 지원사업 15억원을 받아 일부를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회장은 보조금 가운데 1억 4천여만원을 자신의 딸 안모씨의 우리은행 계좌로 입금하라고 딸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안 회장 딸은 아버지에게 계좌를 넘긴 다음 본인은 사용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묘목 사업 등으로 지원 받은 보조금 중에서도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하고, 아태협 직원과 가족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태협 직원과 가족 등을 거쳐 나노스 주식을 매수했다고 한다. 검찰은 아태협 직원과 안 회장의 SNS 대화를 통해 안 회장이 직원 등에게 나노스 주식을 사라고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보조금이 나노스 주식 매수에 사용됐고, 이같은 행위가 쌍방울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조금이 유흥주점에서 사용된 것도 적발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경기도 보조금 15억원 가운데 7억원은 정상대로 쓰였지만, 나머지 8억원은 안 회장이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회장은 자신의 횡령 등이 발각될까봐 검찰의 압수수색 전 하드디스크 총 17개를 은닉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밀가루 지원금, 경기도 교류협력기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논의한 사실 등 주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돈을 보내는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그림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안 회장은 북한 그림 등을 추적이 불가능한 지인의 창고로 옮기기도 했다고 한다.
안 회장은 수사기관 망이 좁혀오니 아예 밀항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꺼놓고 도주를 시작한 10월 중순부터 11월 9일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도 여러 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중 지난 9일 서울 숲에서 지인과 산책하다가 체포됐다. 체포에 응하지 않아 저항하다 수사관 3명이 가까스로 제압했다고 한다.
안 회장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로 9일 체포돼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 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도주우려, 범죄혐의 소명 등의 이유로 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회장에 대한 구속심사 결과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