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뭉칠지 몰라" 핼러윈 유가족, 무책임 정부에 '경고'

유가족 A씨, 경기도합동분향소에 딸 영정 안치
딸 친구도 죄책감…무책임한 정부에 분노
골수 이식해준 보배 같은 딸…"내가 죽었어야"

핼러윈 참사 희생자와 아버지 A씨. A씨 제공

"한복 입고 전주 한옥마을 가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주면서 '아빠 나 보고 싶으면 이 사진 봐'라고 했는데,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이야…"
 
'핼러윈 참사'로 딸(25)을 잃은 A씨는 지난 9일 경기도합동분향소에 딸의 영정사진을 안치했다.
 
A씨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청 관계자분이 연락이 와서 (영정사진을) 공개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추모를 하는데 이름도 모르고, 사진도 없는데 누구한테 추모를 하겠나싶어 전달해 드렸다"고 말했다.
 
A씨 딸의 영정사진은 앞서 경기도에 전해진 성남시 희생자(여‧25)의 영정사진과 함께 경기도합동분향소 운영 마지막날인 9일 하루 동안 나란히 모셔졌다.
 

딸 친구도 죄책감…무책임한 정부에 분노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1층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김동연 지사는 지난 10일 '경기도 안전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희생자 영정과 위패가 없는 156분의 분향소는 '추상'이다. 그러나 한 분 한 분의 사연 그리고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영정과 위패는 '추상'이 아닌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며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처럼 느끼는 '생생한 아픔'이자 '공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에서 '국가가 없었다', '각자도생'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들린다"며 "'국가의 부재'란 바로 '책임의 부재'다.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반성과 성찰, 인적 책임을 포함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A씨 또한 참사를 대하는 정부를 비롯한 공기관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개했다.
 
그는 "지금 다 떠넘기기 하고 있고, 빨리 처리해서 묻어버리려고 하는데 이러다가 언제 뭉칠지 모른다"며 "(정부가) 유족들 입장, 국민들 입장에서는 생각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딸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혼자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장례를 치르는 3일 내내 A씨 옆을 지켰던 딸의 친구를 보면서 더욱더 정부에 분노했다.
 
"'죄송해요.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통곡을 하면서 왔더라고요. 앞으로 대신 딸 노릇하겠다고 아침저녁으로 와요. 그 마음에 무거운 짐 때문에…"
 
A씨는 참사 당시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딸아이가 웃으면서 찍은 동영상이 올라온 게 10시 15분이었다"며 "최초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이나 소방이 빨리 움직여 대책을 세웠다면 지금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골수 이식해준 보배 같은 딸…"내가 죽었어야"

 
한복을 입은 희생자의 모습. A씨 제공

A씨에게 딸은 골수이식까지 해 준 '보배' 같은 존재였다. 3년전 백혈병 진단을 받은 A씨는 '치료 데드라인'이 다 됐지만 골수 공여자를 찾지 못했다. 그 때 마침 딸이 나섰다.
 
"본인이 원해도 조직 검사를 해서 맞아야 하는데 운 좋게 가능하다고. 진짜 당일날, 모든 게 당일날 이뤄졌어요."
 
당시 새로운 직장을 구해 교육을 받고 있던 딸은 수술로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런데도 "아빠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라"고 아빠를 위로했던 딸이다.
 
A씨는 "딸아이가 7월에 반려견 한 마리를 입양하면서 '아빠 심심하고 외로울까봐 데려왔는데, 나처럼 예뻐해 줄 거지'라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며 "딸아이 덕분에 이렇게 살아 있는데, 딸이 그렇게 가고 나니까 차라리 내가 이태원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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