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산모 '3명 중 1명'은 태아 검진을 위해 병원을 처음 찾는 시기가 '임신 6개월'이 지나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산모의 초진이 임신 6주 이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늦은 시점이다.
11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육아정책포럼 제73호에 게재된 '청소년 산모 현황 및 지원정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산모가 검진 차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하는 시기는 임신 25~33주가 3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신 9주 이전(25.0%), 임신 9~13주(25.0%) △임신 14~24주(15.0%) 순이었다.
청소년 산모 3분의 1 이상은 임신한 지 6~8달이 돼서야 산부인과 등을 내원하는 셈이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미성년 미혼모는 평균적으로 9.7주에 임신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19~24세 산모는 '임신 9주 이전'이라고 응답이 43.0%로 가장 많았다. 만 25~29세도 절반에 가까운 49.4%가 임신 9주가 되기 전 초진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개 학업 중인 18세 이하 산모는 또래와의 심리적 단절과 함께 재정적 빈곤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들은 의료시설 방문이 지체된 사유로 '병원비가 없어서'(40.0%)를 첫손에 꼽았다. 10대 임신부는 비용 문제뿐 아니라, 진찰의 필요성을 모르거나 더러 출산 때까지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다.
'출산여부를 결정 못 해서'(30.0%)가 뒤를 이었고, '두려워서'(10.0%)와 '임신 사실 노출 우려'(10.0%)가 같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19~24세 산모도 병원비 문제를 든 응답자(37.5%)가 제일 많았지만, 출산여부를 결정하지 못해서(12.5%)는 18세 이하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출산 이후 건강관리도 열악했다. 18세 이하 산모가 가장 많이 머무른 산후조리 장소는 '친구 집'(35.0%)이었다. 2순위는 '형제자매 집'(25.0%)이었고, 산후조리를 아예 못했다는 응답도 20.0%나 됐다. 이밖에 '미혼모 시설'(15.0%), '부모님 집'(5.0%) 등으로 조사됐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전무(全無)했다. 19~24세 산모만 해도 10% 이상(10.5%)이 산후조리원을 찾은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다만,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는 18세 이하와 19~24세 산모 모두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00%'였다. 25~29세도 산모의 8.3%만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모자보건법 제3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에 의거해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적용대상도 지난해 만 18세 이하 산모에서 19세 이하 산모로 확대됐다. 지원방식도 직접 청구에서 전용카드를 사용하는 바우처 방식으로 변경됐다.
10대 산모는 임신·출산 관련 모든 요양기관에서 진료받은 급여 또는 비급여 의료비 등 중에서 본인 부담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19년부터는 출생 1년 이내 영유아의 요양기관 진료비 및 처방에 의한 약제·치료 구입비까지 지원범위를 넓혔다.
서비스 신청은 본인 신청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예외적으로 가족의 대리신청도 가능하다. 신청 접수는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홈페이지(www.socialservice.or.kr)를 이용하거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
해당 사업을 신청할 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경우는 모든 산모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금(1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청소년 산모 지원정책은 물론 한부모 자립지원 정책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사회 구성원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청소년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다시 취업의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게 돼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산모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취업 지원활동 등 자립 지원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