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 줄입건에도 행안부 압색 '0'…이상민 버티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등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경찰과 소방 지휘부 등을 줄줄이 입건하며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경찰과 소방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대해선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참사 당시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곳곳에서 부실 대응을 드러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사 발생 직후 책임 회피 논란을 빚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없고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6월 행안부 내 경찰국을 설립할 당시 "(행안부장관에게) 경찰청의 업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 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경찰은 물론 용산소방서장도 입건… 행안부 수사는 '무소식'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지난 9일 서울 용산소방서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핼러윈 참사 당시 대응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현재까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소방재난본부,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정보계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입건했다.

특히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참사 발생 전후로 소방의 부실 대응이 드러났다는 것인데, 특히 최 서장의 대응단계 발령이 늦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 서장의 입건 소식에 일선 소방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도 "최 서장은 (당일)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등에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수본은 참사 현장에 위치한 해밀톤호텔 대표도 건축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입건하고 전날 출국금지 조치했다.

다만 특수본은 경찰청과 소방청의 주무부처이자, 정부조직법상 국가의 안전과 재난에 관한 정책을 총괄·대응하는 행정안전부에 대해선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행안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본은 행안부에 대한 수사를 묻는 질문엔 "법령상 주어진 책무와 역할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이번 참사에서 행안부의 부실 대응은 곳곳에서 드러난 상황이다. 전국적 재난에 대응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은 참사 당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와는 연결 자체가 안 돼 있어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발생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밤 11시 21분 '행안부를 중심으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라'는 내용의 첫 지시를 내렸지만, 행안부가 NDMS를 통해 경찰에 전파한 시간은 다음날 0시 16분이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전날 "굉장히 송구하다"며 "문제점을 철저하게 점검해 개선방안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제 와서 "경찰 지휘할 근거 없다"는 이상민…책임 거리두기? 

행안부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민 장관은 또다시 책임론에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의 엄호 속에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행안부는 경찰을 지휘·감독하는가, 안 하는가'라는 질문에 "지휘 감독 권한이 지금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경찰로부터) 보고 자체도 받질 못하고 있고, 지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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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입장은 올해 6월 경찰의 전국적 반발을 촉발한 경찰국 신설 당시와는 180도 달라진 입장이다.



당시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정부조직법 규정에 따라서 행안부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대한 자신의 권한을 주장하며 책임도 있다고 스스로 말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조직법 제34조 5항과 7항은 '치안·소방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소방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장관은 7월에도 "(경찰) 치안 업무에 대한 지휘나 또 필요하다면 감독 업무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해석한다. 제 해석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적어도 경찰국을 통해서는 그러한 (지휘나 감독)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그런 말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대통령실의 이 장관에 대한 엄호가 이뤄지며 경질, 사퇴설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이나 청장을 바꾸라는 것은 후진적"이라며 "사람을 바꾸는게 중요할 수 있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하겠는가. 행정 공백이 생긴다"라며 이 장관 사퇴 주장에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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