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유동성 위기' FTX 인수 무산…가상화폐 시장 '2차 쇼크'

초대형 거래소 FTX 유동성 위기에
바이낸스 '인수 철회' 충격파까지
가상화폐 시장 공포 심리 확산
비트코인 1만 5000달러선까지 폭락
FTT 코인 가격도 사흘 만에 90%↓

가상화폐 거래소 FTX와 바이낸스 로고. 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휩쓸린 초대형 경쟁 거래소 FTX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수 의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FTX 쇼크'로 가뜩이나 움츠러들었던 가상화폐 시장의 투심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10일 FTX 실사 결과와 미국 규제 당국의 FTX 자금 관리 관련 조사 착수 보도 등을 이유로 들어 "FTX의 인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사용자를 보호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FTX.com을 완전히 인수하고 지원하기 위해 '구속력이 없는' LOI(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구속력이 없는' 서명이기 때문에 언제든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현실화 된 것이다.
 
바이낸스의 인수 의사 철회 소식은 FTX 유동성 위기로 얼어붙은 가상화폐 시장에 2차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2만 달러선을 상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한 때 1만 5711달러까지 급락했다.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전날 대비 낙폭만 10%가 넘는다. 이더리움도 전일 대비 14.96% 폭락한 개당 1130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FTX의 자체 발행 코인인 FTT 가격은 지난 7일 개당 22달러였지만 이날 2.06달러까지 내려앉았다. 90% 이상 폭락한 것이다.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 연합뉴스

올해 초 기준 기업가치가 44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세계 4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위기는 불과 일주일 사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출발점은 지난 2일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US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FTX 관계사이자 암호화폐 투자업체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를 검토한 결과 알라메다 자산의 상당 수준이 명목화폐 등 독립 자산 대신 FTT로 채워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FTX와 알라메다가 재정적으로 취약하다는 우려로 이어졌고, 미국 NBC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자문하는 랜 노이어도 지난 7일 "FTX에서 자금을 빼내라"고 조언했다. 위기론이 번지자 FTX 최고경영자인 샘 뱅크먼 프리드는 "근거 없는 루머"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같은 날 나온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의 '보유 FTT 청산' 입장이 치명타가 됐다. 자오창펑 CEO는 "최근 밝혀진 사실로 인해 장부에 남아있는 FTT를 청산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FTT 청산은 루나 사태에서 배운 위험 관리"라고 설명했다. 
 
이를 기점으로 FTT의 가격은 폭락했으며, FTX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현상도 본격화 됐다.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손을 내밀었던 바이낸스까지 인수 입장을 철회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전망은 더욱 암울해졌다. 파생금융상품 업체 마렉스솔루션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일란 솔랏은 "시장은 이제 완전한 공포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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