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종교·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이하 한일플랫폼)은 강제 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자 지난 2020년 7월 한일 종교, 시민사회단체들이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위해 발족했다.
한일플랫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원불교,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NCCJ), 일본천주교정의와평화협의회, 피스보트, '전쟁을시키지않겠다9조깨부수지마!총동원행동', 군마제종교자의모임이 참여하고 있다.
한일플랫폼은 8일과 9일 합동운영위원회를 열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에 관한 입장을 정리했다.
한일플랫폼 합동운영위원회에는 일본측 공동대표 다카다 켄(전쟁시키지않겠다), 노하라 신사쿠(피스보트), 미쯔노부 이치로(일본천주교정의와평화협의회), 오노분코(군마제종교자의모임) 외 8명의 운영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이홍정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인성 교무(원불교), 한충목 상임대표(한국진보연대), 김경민 사무총장(한국YMCA전국연맹) 등 15명의 운영위원(실행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공동대표는 "한일 간 종교·시민사회단체의 연대는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결과 전쟁의 기운을 막아내고 동아시아에서 화해와 평화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하다"며, "일본 헌법 9조는 평화의 담보이고, 한반도에서 남북공동선언은 자주, 평화통일의 나침반"이라고 말했다.
한일플랫폼은 기자회견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한일플랫폼은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156명의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남북간의 고조되는 무력 대결을 즉각 중지하고, 평화와 대화의 길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플랫폼은 8일부터 서울에 모여 '평화', '역사', '청년'에 대한 공통의 문제의식과 실천과제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한일플랫폼은 공동기자회견문에서 △ 합동 군사훈련 중단·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체결 △ 관동대지진 학살 100년, 일본의 역사책임 △ 한일 청년 포럼 △ 한일 종교·시민사회 간 대화와 동북아시아의 화해와 평화 등 4가지 아젠다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문 발표는 재일한국인문제연구소 사토 노부유키 촉탁소원과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 몽당연필' 김명준 사무총장이 낭독했다.
한일플랫폼은 "202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년이 되는 날"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함께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여론을 조성해 가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 실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한일플랫폼은 이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미·일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을 적국으로 상정해 진행되고 있으며, 사상 최대의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중 강행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의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부르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미국 정부가 자극적인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일플랫폼은 일본 기시다 내각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틈타 군비 확대와 평화헌법을 유린하는 반 헌법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전쟁을시키지않겠다 총동원행동' 다카다 켄 공동대표는 "기시다 정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용해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유사시를 외치며 개헌과 군사비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군비를 5년 안에 GNP 대비 2%이상 증액하겠다고 하며 군사대국화의 길을 확정시키려 한다"며, "한국과 일본, 아시아 시민들이 연대해 미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책동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과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계기로 한일화해플랫폼이 역사 정의를 세우고 한일 청년 교류를 활성화 시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한일플랫폼은 한국의 '간토 학살 100주기 추모사업위원회'를 중심으로 간토 학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또,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채 정치적 타결을 꾀하고 있는 양국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 정부의 식민지배 책임을 계속해서 요구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협력국 김민지 목사는 "한일플랫폼은 지난 2년 동안 한반도, 동아시아 위기 속에서도 삶속에서 화해와 평화, 일상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코로나 펜데믹에도 불구하고 3년 전부터 한일 양국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역사문제의 바른 인식과 공유를 위한 세미나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일본에서 기후위기와 전쟁, 평화안보 위기, 신냉전 구도 안에서 스스로 평화가 돼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일본 평화헌법을 지켜낼 것"이라며, "무엇보다 아시아 청년들과 학생들이 소통하며 대화하는 가운데 비전과 계획을 현실화 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은 2020년 발족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3차례의 8.15 한일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온라인 세미나 9회, 동북아시아 평화활동가 양성을 위한 '2022 한일 청년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