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삽입…'연구진 의견' 묵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면서 역사교과 정책연구진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마련에 앞서 9일부터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한다고 이날 밝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학년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의 경우 현대사 영역에서 '자유'의 가치를 반영한 민주주의 용어 서술 요구가 제기돼, 행정예고안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기준 및 해설에 '자유민주주의'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반영하고, 중학교 역사 과목 해설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반영했다.
 
고교 한국사의 경우 연구진 안과 달리, 행정예고 안에서는 괄호 부분이 추가됐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 '민주화에 기반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정착되고' 등이다.
 
중학교 역사의 경우 '사회 전반의 민주적 변화와 과제'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정착 과정과 과제'로 수정됐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역사교과 정책연구진은 교육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민주주의'로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교육부가 헌법 전문, 관련 법규, 역대 교육과정 사례, 국민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와 관련된 사항 반영을 정책연구진에 요청했지만, 현행 교육과정에도 '민주주의'와 함께 수록돼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조차도 반영하지 않아 교육부가 주도해서 (관련 내용을) 넣었다"며 "교육과정 내용과 기준에 대한 최종 고시의 권한과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밝혔다.
 
정책연구진은 공청회와 '국민참여 소통채널'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시안을 수정‧보완해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 협의체,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이들 표현 삽입을 강행했다.
 
교육부는 다만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맥락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예고안 중 고교 한국사 해설에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다른 관계자는 "역사적 맥락에 맞게 적합한 곳에 쓰도록 성취기준 별로 안배했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 교육과정에서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경쟁' 등이 누락된 부분과 '성소수자' 용어에 대한 부분에 문제제기가 있어 이를 수정·보완했다.
 
초등학교 '사회' 성취기준 및 해설에 '기업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중학교 '사회' 성취기준 및 해설에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각각 명시했다. 고교 '통합사회' 해설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제시한 '성소수자 등'에 대해서는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회적 구성원'으로 표현을 수정했다.
 
도덕의 경우 '성 평등' 용어와 관련해 '성 평등의 의미'를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했으며, 보건의 경우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수정했다.
 
교육부는 정보교육 시간배당 기준을 '초등학교는 34시간 이상, 중등학교는 68시간 이상'으로 명시했다. 또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 등을 반영해 교과와 연계한 실생활 중심의 '일상생활 활동'을 신설했다.
 
이번 행정예고안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의 위험 상황을 알고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에 다중밀집상황에서의 교육을 포함한 체험‧실습형 안전 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오는 29일까지 행정예고와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쳐 교육부가 올해 말까지 최종 고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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