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인도 스마트폰 시장서 3위 밀렸던 삼성, 1위 탈환 나선다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있는 삼성전자 오페라하우스. 삼성전자 제공

세계 5위 경제대국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때 3위로 밀렸던 삼성전자가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 충돌 이후 인도에 퍼진 '반중(反中)' 정서를 틈타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 소비자를 적극 공략한 덕분이다.

9일 인도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가 끼어 있는 9~10월에 1440억 루피(약 2조4500억원)의 스마트폰 매출을 올렸다. 인도에서 가장 큰 명절인 디왈리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최대 쇼핑 시즌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모바일사업부 마케팅총괄인 아디티야 바바르(Aditya Babbar)는 "인도 진출 이후 사상 최고의 디왈리 판매 실적"이라며 "8월 출시한 폴더블폰과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2에 이르기까지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라선 삼성전자는 인도에서도 2017년까지는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샤오미와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2018년 2위로 내려앉았고, 2020년 들어서는 3위까지 밀렸다.  

반전은 인도와 중국의 분쟁에서 비롯됐다. 양국은 국경 문제로 같은해 5월부터 9월까지 잇따라 충돌했다.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중(反中) 정서가 커지면서 중국산 제품 거부 운동이 벌어졌고, 인도 정부도 여러 수단을 동원해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았다.


올해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 점유율로 2위였다. 2분기에는 샤오미와 같은 19%의 점유율을 보이며 함께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분기 기준 1위를 차지한 건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인도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억6800만대가 팔렸다.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0%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지난달 뉴델리 등 8개 대도시에서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달 인도 소비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이전에 사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51%가 현재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해 브랜드 충성도가 인도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광범위한 유통망과 다양한 가격대를 가진 삼성전자는 선호도 관련 조사에서 모두 1위"라며 "인도의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인데 소비자들이 5G 기능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인구 14억명의 인도는 내년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경제 규모에서 영국을 누르고 세계 5위에 올라선 인도는 꾸준히 7%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튼튼한 내수 시장을 지니고 있다.

1995년 처음 인도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이듬해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장에서 TV 생산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휴대전화 생산에 들어갔고, 2018년 노이다 공장 규모를 기존 두 배로 늘려 연간 1억2천만대 생산이 가능한 세계 최대 휴대전화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삼성전자는 영국 식민지 시절 조성된 남부 벵갈루루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를 세계 최대 규모 모바일 체험센터로 꾸미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기기를 공개하는 '언팩' 행사나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잇따라 열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 8월 오페라하우스에 열린 갤럭시Z플립4·폴드4의 현지 출시 행사.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새 폴더블폰 시리즈의 현지 출시 행사도 이곳 오페라하우스에서 열었다. 갤럭시Z플립4·폴드4의 사전 예약은 10만건을 넘었다. 이는 전작보다 1.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인도 시장 스마트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8% 증가했다. 특히 5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종의 메출도 99% 이상 상승했다. 현지 은행과 제휴를 통한 소비자 혜택 프로그램, 신용카드 출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눈의 날'을 맞아 중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구 검진에 나섰다. 인도 4개 병원과 협력해 내년 말까지 인도인 15만명을 검진할 예정이다.

중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구 검진 프로그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전 세계 35개 이상 지역에서 전개하고 있는 미래 세대 교육 프로그램 '솔브 포 투모로우(Solve for Tomorrow)'는 인도에서 1만8천명이 지원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현지 3천명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이노베이션 캠퍼스'도 최근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9%의 점유율로 샤오미(21%)에 이은 2위였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5대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하며 점유율을 2%포인트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인도의 5G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인도 공략이 더 거세지기 전에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연간 기준으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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