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매년 초 출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차기작이 예년보다 조기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사인 애플이 공급망 위기에 빠진 가운데 성능이 20% 개선된 최신 '스냅드래곤'과 2억 화소 메인 카메라 등으로 빠른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 서밋'을 열고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 2세대(Gen2)' 제품을 공개한다.
안드로이드 계열의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AP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퀄컴의 최신작 공개가 이번에 더 주목받는 건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3 시리즈에 스냅드래곤8 2세대 AP를 전량 채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2일(현지시간) 지난 분기 실적발표에서 "단말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새로운 다년 계약을 체결해 미래 프리미엄 갤럭시 제품에 대한 스냅드래곤 플랫폼 사용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퀄컴의 아카시 팔키왈라(Akash Palkhiwala)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에 대한 재무적 효과를 묻는 질문에 "갤럭시 S23의 스냅드래곤 점유율은 S22의 75%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3월에 끝나는 분기의 하반기부터는 매출로 잡히고 이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초 S22 시리즈 출시 때에도 자사 AP인 '엑시노스 2200'의 적용을 전작보다 늘리려던 계획을 수율(불량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 등으로 포기해야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탑재율은 2018년 48%에서 지난해 28%, 올해 25%까지 낮아졌다.
더구나 S22 출시 당시 기기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춘 GOS(게임최적화서비스·Game Optimizing Service) 사태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출시된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플립4에도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전량 채택했다.
퀄컴이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제조한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성능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긱벤치에 올라온 S23 추정 기기 'SM-S916U'의 성능 측정 점수는 싱글·멀티코어 각각 1485점, 4844점으로 S22보다 20%가량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애플의 A15 바이오닉칩에 제법 근접한 수치이기도 하다.
S23의 메인 카메라 화소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노트를 계승한 S23 울트라 모델에는 업계 최소인 0.56㎛ 크기의 픽셀 2억개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 HP3'가 적용될 전망이다. S20 최상위 모델부터 적용된 1억800만 화소의 두 배에 가깝다.
배터리 성능도 개선된다. 울트라 모델은 5000밀리암페어시(mAh)가 유지되지만 기본과 플러스 모델은 모두 200mAh씩 용량이 커진다. Z폴드4·플립4에서 첫 선을 보인 '라이트' 모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기 속도보다 배터리 수명과 냉각 효율에 초점을 맞춰 전체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능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S23 시리즈의 출시 시기를 예년보다 2~3주가량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상 신작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매년 2~3월에 출시했다. S9은 2018년 3월 16일이었고, S10은 2019년 3월 8일, S20은 2020년 3월 6일이었다. 올해 S22는 조금 이른 2월 25일에 출시됐다.
다만 지난해 1월 S21은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월 29일에 정식 출시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타격을 받은 중국 화웨이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보복 소비' 심리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출시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S23의 조기 출시설이 떠오르는 이유는 우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판매 가격이 1천달러를 넘는 '울트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에 비해 94%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추세에 맞춰 플래그십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성구 삼성전자 MX 사업부 상무는 최근 "내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점진적으로 회복해서 올해 대비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플래그십은 글로벌 경기 불안 영향이 적어서 보다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플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심각한 공급망 위기에 빠진 것도 S23 조기 출시설이 대두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아이폰 위탁생산 공장 가동이 일부 중단되면서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최대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이 있는 산업단지는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폐쇄된 상태다. 아이폰14 시리즈의 80%, 아이폰14 프로의 85% 이상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가동 차질로 아이폰14 프로 이상 고급 모델의 배송시간은 평균 5일에서 최대 25일로 늘어났다.
실내 생활이 증가하는 겨울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데다 중국이 강력한 도시 봉쇄 조치를 포기할 의향이 없는 만큼 애플의 공급망 위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 아이폰의 출하량 목표치가 기존 5200만대에서 400만~600만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공급망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역량 면에서는 애플보다 한 수 위"라며 "전체 스마트폰 실적을 좌우하는 전략 플래그십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3 시리즈를 평소보다 조기에 투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