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총참모부는 우리 군과 미군이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한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 "대응 군사작전을 단행하였다"며 그동안 우리 군이 탐지했던 미사일 발사, 방사포탄 사격, 군용기 시위성 비행 등의 내역을 직접 공개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해 울산에서 80km 떨어진 곳에 명중시켰다는 내용이 있는데, 군 당국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내용이 없다며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북한이 거짓말을 했다면 당연히 포착된 내용이 없겠지만, 사실일 경우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군 총참모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는 7일 아침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실린 보도를 통해 사진을 대거 공개하고, "적들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은 사실상 지역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는 공공연한 도발행위이며 특히는 우리 국가를 직접적인 목표로 겨눈 침략적 성격이 매우 짙은 위험한 전쟁연습이다"며 "엄중한 상황에 대처한 철저하고 견결한 대응의지와 공화국(북한) 무력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뚜렷한 자신감을 시위하고 우리 장병들의 단호한 보복의지에 필승의 신심을 더해주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다음과 같은 대응군사작전을 단행하였다"고 밝혔다.
먼저 총참모부는 "작전 1일 오전 평안북도지역의 미사일 부대들로 적들의 공군기지타격을 모의하여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 전투부와 지하침투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였으며 오전과 오후 동, 서해안 연선의 공군 반항공미사일병 부대들로 각이한 고도와 거리의 공중목표들을 소멸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면서 23발의 지상대공중 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작전 1일차란 11월 2일을 뜻한다. 이날 합참은 오전 6시 51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로 발사한 항적 4개를 포착했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판단내렸다. 오전 8시 51분쯤에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이 포착됐는데, 이 가운데 1발이 울릉도를 향하면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산포탄'이란 우리 군과 미군이 운용하는 ATACMS처럼 1개의 탄두 안에 수많은 양의 자탄이 들어가, 넓은 범위에 퍼지면서 광역피해를 입히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된다. '지하침투 전투부'란 말 그대로 지면을 뚫고 벙커 등을 타격할 수 있게 한 탄두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참모부는 이어 "이날 오후 적들이 남조선(한국) '영해' 가까이에 우리의 미사일이 낙탄되였다고 주장하며 공중대지상 유도탄과 활공유도폭탄으로 우리측 공해상에 대응사격하는 망동을 부린 것과 관련하여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km 사거리로 남조선 지역 울산시 앞 80km 부근 수역(위도 35°29'51.6", 경도 130°19'39.6")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의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런데,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육군대령)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여기에 대해 질문을 받고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작전 2일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전투부의 동작믿음성(신뢰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도록 하였으며 적들의 지속되는 전쟁도발 광기를 짓뭉개버리기 위한 대응의 일환으로 초대형 방사포탄과 각종 전술탄도미사일 5발, 46발의 장거리방사포탄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오전 7시 40분쯤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이 동해로 발사된 것을 포착했으며, 8시 39분쯤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이 동해로 발사된 사실을 포착하고 오후 9시 35분쯤부터 9시 49분쯤까지 동해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합참과 총참모부의 발표가 일치한다. 다만 포병사격에 대해서는 합참의 발표는 80여발, 총참모부의 발표는 46발로 서로 다르다. 더욱이 ICBM에 대해 총참모부가 발표한 사진을 보면 노즐이 2개만 있어 화성-15형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김준락 공보실장은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ICBM이 비정상적으로 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군의 평가 결과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으며, 세부 제원은 분석 중에 있다"며 이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는 평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총참모부는 "작전 3일 적들의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대응의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군의 대규모적인 총전투 출동작전이 진행되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합참은 이날 180여개의 군용기 항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여러 대의 군용기가 한 개의 항적을 남길 수도 있긴 하지만, 한 대의 군용기가 여러 개의 항적을 남기는 일이 더 흔하기 때문에 실제 동원된 기체 수는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총참모부는 '500대'라고 발표했다.
총참모부는 "작전 4일 적들의 공군기지타격을 모의하여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2발과 초대형 방사포탄 2발을 또다시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서해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종합해 보면 총참모부의 발표는 우리 군의 발표 내용보다 많은 수의 전투기를 띄우고, 많은 수의 방사포탄을 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김준락 공보실장은 "오늘 북한이 공개한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순항미사일의 경우 합참이 발표하지 않은 내용을 북한이 먼저 주장한 셈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순항미사일은 해수면 또는 지면에 바짝 붙어 날아다니는 시 스키밍(sea skimming)을 통해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것 자체가 주된 목적 중 하나인 무기체계다.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 때문에 레이더는 먼 거리에서 일정 고도 이하의 물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문제의 순항미사일에 대해선 탐지된 것이 없기에 북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우리 쪽으로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동해안과 울릉도 등에 배치된 레이더를 통해 모두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참모부는 "모든 대응군사작전들은 계획된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으며 우리 군대의 고도의 작전수행능력이 만족하게 평가되었다"며 "작전을 통하여 우리 공화국 무력은 적들의 연합공중훈련에 철저히 대응하였으며 적 공군의 '우세론'을 맹목시킬수 있는 자신감을 높이였으며 우리 군대의 확신성있는 군사대비태세와 능력을 완벽하게 확인하고 절대적인 대응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굳히였다"고 선전했다.
또 "이번에 조선인민군이 단행한 대응군사작전은 적들의 도발적인 군사적망 동이 끈질길수록 우리의 대응은 더욱 철저하며 더욱 무자비할 것이라는 우리의 명백한 대답으로 되며 이는 곧 앞으로도 드팀(틈이 생겨 어긋나는 것)없는 우리 무력의 행동원칙, 행동방향으로 된다"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적들의 온갖 반공화국 전쟁연습들에 지속적이고 견결하며(꿋꿋하고 굳센) 압도적인 실천적군사조치들로써 대응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가 북한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번 총참모부의 발표는 문제의 '군사작전'에 대해 일부 내용을 과장해서 선전, 내부 결속을 하려는 등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일지를 공개한 것은 한미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없는 한 군사적 대응조치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이번 보도는 한미의 군사훈련에 대해서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초강경 대응의지를 군사적 대응역량을 통해 과시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며 "북한 군부는 한미의 육상, 해상, 공중에서의 모든 공격과 방어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작전수행능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에도 한미 군사훈련의 수위, 내용 등을 주시하면서 군사력 우세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