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영향이 크긴 하네요. 거리두기 이후로 금요일에 이렇게 사람이 적었던 적이 없는데…"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첫 '불금'을 맞은 4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무비사거리.
버스, 택시에서 내려 주점으로 향하는 인파로 발 디딜 틈도 없었던 거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도로까지 점령했던 인파는 온데 간데 없고, 몸을 옆으로 돌려가며 빠져 나갈 수 있었던 인도는 비교적 한적했다.
술집안 테이블들도 곳곳이 비었고, 시끌시끌했던 분위기는 차분했다. 조용히 술을 마실 수 있는 음식점에 사람들도 더 눈에 띄었다.
한 음식점을 찾은 강모(32)씨는 "친구들하고 클럽에 갈까 했었는데 이태원 참사도 있고 해서 마음을 돌렸다"며 "또래 사람들이 많이 희생돼서 오늘은 좀 차분하게 술을 한 잔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처럼 평소 같으면 젊은이들로 넘쳐났을 클럽과 감성주점들도 이태원 참사의 충격을 비껴가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클럽 종업원 김모(28)씨는 "이태원 참사 때문인지 무대에서 춤을 추며 즐기는 손님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술집 대부분 테이블은 상당 부분 빈 자리로 남아 있었다. 일찌감치 간판 불을 끄고 문을 닫은 음식점들도 눈에 쉽게 띄었다.
넓은 거리도 오가는 사람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행인보다 호객 행위 중인 유흥주점 직원이나 대리운전 기사들이 더 많은 정도였다.
그나마 택시 승강장과 공영주차장에는 저녁 귀가를 서두르는 회사원들로 거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회사원 양모(38)씨는 "국가적인 큰 사고에 미리 예정된 회식도 다 취소돼 아쉬워하는 사람들끼리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런 시국에 술을 마신다고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 짧게 3시간 정도 마시고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리기사 김모(36)씨도 "평소 동탄에 오면 서울이나 수원, 용인으로 가는 손님들로 가득했는데, 오늘은 역대 급으로 사람이 없는 축에 속한다"며 "돈벌이가 줄어 속상하지만 고인이나 가족들이 겪고 있을 슬픔을 생각하면 불평도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