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강했던 파월의 일침…한국은행의 고민 깊어진다

오늘 새벽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한미 금리격차 0.75~1.00%포인트까지 확대
매파적 발언 쏟아낸 파월 의장
"갈 길 멀다" "경제성장 추세 이하로 내려가야"
이창용 "한은, 미 연준으로부터 완전한 독립 아냐" 발언
한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서 '빅스텝' 카드 만지작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내놓은 발언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파월 의장의 매파적(긴축 선호) 언급에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은 이날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상승했다.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인데 특히 한국 기준금리(연 3.0%)보다 금리 상단이 1.00%포인트나 벌어지면서 국내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도 우려된다.

류영주 기자

한미 금리차는 지난 9월 연준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최대 0.75%포인트로 벌어졌지만,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0.25%포인트까지 격차가 줄었다.

하지만 미 연준의 이날 '자이언트 스텝'으로 다시 1.00%포인트까지 격차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강달러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안전자산이자 가치가 높은 달러를 좇아 국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원화 가치가 하락되면 같은 물건을 수입하더라도 더 많은 돈을 줄 수밖에 없어 결국 시차를 두고 국내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파월 의장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여지를 남기면서도 금리 인하 전환 자체에 "매우 시기상조"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금리인상 속도에 관한 질문은 덜 중요해졌다" 등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며 내년에도 고(高)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성장이 추세 이하로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다", "연준이 충분히 긴축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는 속도조절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치와 거리가 크다.

결국 한은도 올해 마지막 남은 11월 금통위에서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물론 미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지속될 것이란 메시지가 확인된 만큼, 자금 유출과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빅스텝' 카드도 꺼낼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전세계 중앙은행 수장들의 모임인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장 국내 인플레이션 정점이 뚜렷하게 찍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09.21로 전년동기(103.35) 대비 5.7% 상승했다.

전달인 9월 5.6%보다 상승폭이 0.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전해진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과 향후 공격적 금리 정책 운용 메시지, 그리고 국내 인플레이션 상황 등을 감안해 한은 금통위가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연 3.5%를 넘어 내년 초 3.75~4%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마지막 한은 금통위는 이달 24일에 열리며, 내년에는 1월 13일, 2월 23일, 4월 13일 등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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