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SK 와이번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야신' 김성근 전 감독이 오랜만에 인천 야구장을 방문했다.
최근까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감독 고문을 맡았던 김성근 전 감독은 2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KBO 리그 SSG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사고로 인해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KBO는 주요 행사를 취소했고 김성근 전 감독의 시구 기회도 무산됐다. 1차전을 TV 생중계로 봤다는 김성근 감독은 이날 스카이박스에서 옛 제자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김성근 전 감독은 2007년부터 SK 지휘봉을 잡고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2011시즌 재계약 협상이 여의치 않자 김성근 전 감독이 시즌 도중 "올해만 하고 SK를 떠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SK는 다음날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오랜만에 인천 야구장을 방문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웃으며 "불미스럽게 떠났는데 오늘은 기분 좋게 왔다"고 답했다.
인천 프랜차이즈 야구단은 SK에서 SSG 랜더스로 새로 태어났지만 황금기를 함께 했던 옛 제자들은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었다.
김성근 전 감독은 "김강민은 늙었더라고. 살이 많이 쪘다"며 웃었다. 그래도 지난 1차전에서 9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동점홈런을 때린 김강민을 보면서 누구보다 더 흐뭇해 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나이가 마흔이 넘었더라. 흥미롭더라. 우리도 그런 선수를 많이 남겨놔야 하는데 자꾸 바꾸니까 수준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며 아쉬워 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도 김강민의 이름은 포함돼 있었다.
"나는 (기분 좋았던 순간이) 하나도 없다. 늘 안 좋게 끝나서"라며 웃은 김성근 전 감독은 "가르쳐서 그 선수가 좋아졌을 때 그렇다. 어제 김강민의 홈런은 '쌩쌩'했을 때도 못 치던 홈런이다. 어제는 깨끗하게 치더라"고 말했다.
신인 시절이던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의 다니엘 리오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깜짝 승리를 따내며 SK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던 김광현의 이름도 언급됐다.
김성근 전 감독은 1차전에서 5⅔이닝 4실점(2자책)으로 다소 부진했던 김광현에 대해 "그때(2007년 한국시리즈)는 부담감이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어제는 이기겠다는 의욕에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 그러다 일찍 지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성근 전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면서 한국 야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냉철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다 좋고 소질이 있다. 그걸 어떻게 닦고 광을 내느냐가 문제"라며 "(1차전을 보니) 제구력이 너무 없다. 그게 경기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투수는 이 공을 안 맞는다 하는 공을 안 갖고 있고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 경기는 한국 야구 미래에 물음표를 준 경기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뭘 느끼고 어떻게 할지 지도자 전부가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