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온통 피멍' 이태원 생존자…"그냥 방치하면 위험"

복부·흉부 압박에 의한 피하출혈 의심…"압박질식과 비슷한 상황"
"콜라색 소변, 구토, 복부팽창 증상 있으면 의사 진찰 받아야"
유가족, 현장 목격자 등 트라우마 우려 "정신과적 치료 필요"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태원 생존자'가 올린 사진은 그날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구조돼 살았지만, (사람들 사이) 끼어 있을 당시 압박감이 어느 정도 강했는지 알려드리기 위해 다리 사진만 올려보겠다"며 하반신 전체에 넓게 퍼진 피멍이 든 사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강한 압력에 의해 복부나 흉부 등이 눌리면서 정맥 환류 부전으로 피하출혈이 생긴 것이라며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런 현상은 많은 사망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압박질식과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유인술 충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압박 정도에 따라 피하출혈의 정도가 좀 다를 뿐"이라면서 "모세혈관이 터지니까 바늘로 찌른 것처럼 피부에 그런 출혈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흉부가 압박을 받게 되면 머리하고 팔, 다리 쪽에 있는 피가 심장으로 다시 들어오지를 못한다"면서 "그럼 순간적으로 머리에 피가 몰리면서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심장 정지가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심한 압력에 눌린 피해자들은 선 채로 압박을 못 이겨 의식을 잃거나 심정지까지 올 수 있다.
 
피멍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지만 다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최석재 대한응급의학회 홍보이사는 "복부 장기 손상과 흉부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신장이 손상되면 소변에 마이오글로빈이 섞여 나와 콜라색로 변한다. 위장이나 소장, 대장이 다치면 출혈에 따라 변이 검거나 붉어질 수 있다.
 
간이나 비장 같은 복부 장기가 손상되면 구토 증상과 복부 팽창이 느껴지고 복부 주위에 멍이 생길 수 있다.
 
최 이사는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사한테 진찰을 먼저 받으시고 필요하면 수액 치료나 입원 치료를 하셔야 한다"면서 "혈액 검사도 수차례 반복해서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흉부외과를 찾는 것이 좋지만, 일반외과에서도 외상 대부분을 진찰·치료할 수 있다. 일반외과의 외래진료 예약을 잡기 어려우면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진찰을 받을 수 있다.
 
복부·흉부가 아닌 다리 부근에 직접 큰 압력이 가해지면 구획증후군과 횡문근융해증 같은 압력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구획증후군은 근육 일정 부위(구획) 내 압력이 증가하면 해당 부위 말단부의 혈액 공급이 차단돼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통상 골절이나 근육파열 등 외상을 동반한다.
 
횡문근융해증은 강한 외부 압력이나 마라톤 같은 무리한 운동 등으로 근육 세포가 파괴되고, 세포 안의 포타슘(칼슘) 등 전해질 물질이 혈액으로 분비되는 증상이다. 포타슘이 콩팥으로 흘러가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유 교수는 "무거운 물건에 깔렸을 경우 환자를 곧바로 들어 올리면 안되고 압박붕대로 압박을 해줘야 한다"면서 "포타슘이 갑자기 심장으로 몰리면 심정지가 올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상 못지않게 심리적 치료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 친구를 잃은 사람들과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는 물론 당시 현장에서 참담한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도 큰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
 
최 이사는 "사건 초기에 SNS를 통해서 적나라한 장면들이 그냥 노출이 됐다. 그걸 본 많은 분들이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것 같다"면서 "주변이나 가족에게 얘기를 하고 정신과적인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예를 들면서 "당시 피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논문에는 7년이 지난 후에도 어두운 곳을 가지 못하고 밤에도 불을 켜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 하듯이 환자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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