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스릴러 퀸' 김윤진 "'자백' 양신애, 조금 위험한 캐릭터"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 양신애 변호사 역 배우 김윤진

영화 '자백' 양신애 변호사 역 배우 김윤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월드 스타이자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듯 어울리는 배우가 바로 김윤진이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로 일찌감치 글로벌 배우 반열에 선 김윤진은 미국 배우조합상 TV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을 받으며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에 'K-배우'의 저력을 입증했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연기 색을 자랑하며 입지를 다져온 김윤진이 서스펜스 스릴러 '자백'(감독 윤종석)을 통해 또다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스릴러 퀸'이라는 명성만큼 다양한 스릴러 작품에 등장했지만 '자백'에서 김윤진은 익숙한 듯하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또 다른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지난달 20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진은 잘 빠진 대본에 푹 빠져 양신애 변호사를 연기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진, 잘 빠진 시나리오에 빠지다

 
스페인 스릴러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윤진은 '자백'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시나리오의 힘을 들었다. 그는 "대본을 넘기며 '어? 잠깐만, 내가 이걸 잘 이해하고 있는 거 맞지?' 이런 느낌을 받았다. 대본만큼 영화로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너무나도 큰 재미를 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묵직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역할도 너무 좋았다. 이건 진짜 잘 빠진 대본, 잘 쓴 대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시나리오를 읽으며 '선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영화의 주요 인물인 양신애와 유민호, 김세희는 각자 나름의 선택을 하는데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존재가 가진 무게와 가치 그리고 그 소중함을 생각해 보게 됐다. 그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한 사람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빤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쿨하게 짚어주는 영화"라며 "촬영하고 난 후 내가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된, 그런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진이 '퍼즐 맞추기'처럼 만들어간 캐릭터 양신애

 
김윤진이 '자백'에 빠져든 건 이야기가 가진 힘도 있었지만 자신이 연기할 양신애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 크게 작용했다.
 
유민호의 무죄를 입증할 변호사 양신애는 냉철한 직관과 논리적인 판단력으로 유죄도 무죄로 바꿀 수 있다는 최고의 변호사다. 양신애는 유민호의 진술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며 그의 무죄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이 모든 건 한 공간 안에서, 많은 움직임 없이 대사와 그의 눈빛과 표정, 작은 동작으로 이뤄진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그냥 대사만으로 텐션을 조정해야 하는 캐릭터예요. 밀실에서 유민호와 텐션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연기 디테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 잘못하면 뽀록(밖으로 드러나거나 알려지다) 날 수 있는 조금 위험한 캐릭터였지만, 좋은 파트너를 믿고 좋은 감독님이 계셔서 참 다양한 버전을 많이 찍었어요. 그게 '자백'을 풍부하게 만들었어요."
 
원작을 본 관객들 혹은 '자백'을 보게 될 관객들은 알겠지만 영화에서 김윤진은 사실상 1인 2역을 연기한다. 극 중 유민호 앞에서 완벽하게 양신애 변호사를 연기해야 하는 만큼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볼 관객들에게도 양신애 그 자체로 보여야 했다. 또한 반전 이후에는 거기에 걸맞은 또 다른 캐릭터가 선명하게 드러나야 했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진은 "양신애를 통해서 관객도 사건을 알아가게 된다.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도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이 유독 나한테 여러 버전을 주문하셨던 거 같다"며 "물론 유민호의 이야기로 빠져들지만 양신애 시선으로 사건을 보다 보니 너무 많이 알아서도 안 되고 너무 몰라도 안 되는, 적당히 외줄타기해야 하는 상황이 조심스럽고 어려웠지만 동시에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를 두고 감독과 '퍼즐 맞추기'를 한 것 같다고 비유했다.
 
김윤진의 말마따나 현장에서 윤종석 감독은 김윤진을 비롯한 배우들에게 '감정 한 스푼' '반의반 스푼'과 같이 아주 섬세한 변화를 요구했고, 미세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버전을 연기해야 했다. 그렇기에 초반에 아예 1인 2역처럼 생각하고 연기에 들어갔다.
 
그는 "그냥 정말 '나는 변호사다'라는 마음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죽은 아들의 사진을 꺼내 보면서 멀쩡한 얼굴로 연기 못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이 관객들을 위해 (엄마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약간의 떨림 등을 조금씩 심어놓으셨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과정이 물론 힘들긴 했지만 김윤진은 "배우들을 잘 만들고 다듬어 주신 거 같아서 영화 보는 내내 뿌듯했다"며 웃은 뒤 "촬영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회가 되면 윤 감독님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영화 '자백' 양신애 변호사 역 배우 김윤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진, '지금' 이후를 꿈꾸며

 
뉴욕에서 연극을 통해 배우로서 발 디딘 김윤진은 지난 1996년 드라마 '화려한 휴가'로 국내에 얼굴을 알린 후 이듬해 영화 '쉬리'를 통해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이후 '예스터데이' '세븐 데이즈' '국제시장' '시간위의 집' 등 영화는 물론 '로스트' '미스트리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 드라마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폭넓은 연기와 활동으로 꾸준하게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윤진은 최근 '중년 여성 배우'로서 위기 지점에 놓였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다며 늘 하던 대로 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전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여태 열심히 일했으니 놀 때는 놀고 살면 내게도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윤여정 선생님처럼 폭넓은 역할을 하며 꾸준하게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때가 제게도 오겠죠."(웃음)
 
그런 김윤진이 기다리며 바라고 있는 기회 중 하나는 바로 '악역'이다. 그는 "아직 그런 역할 안 들어온다. 늘 정의롭고, 정직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더라"라며 "너무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윤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월드 스타'다. 지금처럼 해외에 K-콘텐츠가 알려지고 인정받기 이전, 할리우드에 진출해 지금의 길을 닦아놓은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김윤진이다.
 
그는 윤여정과 '오징어 게임'이 높디높은 미국 시상식의 벽을 넘어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을 두고 "나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막 눈물이 났다. 그들의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다. 이건 기적이고,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라며 "너무 대단한 일이고, 당연히 받아야 할 상을 받은 것"이라며 농담처럼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동료와 후배 배우들에게 "네들은 좋겠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윤진은 예비 관객들에게 '자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객분들의 소중한 105분을 순삭(순간 삭제)할 자신이 있어요. 영화 보시기 전에 꼭 화장실은 들렀다 오세요. 30초라도 놓쳐선 안 되거든요. 진짜 디테일 하나 놓치지 말고 영화를 보셔야 해요. '에이~' 이런 반응은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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