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과 안우진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격돌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채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국내 선발 투수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맞붙는 것은 2013년 두산과 삼성의 경기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두산은 노경은(현 SSG)을, 삼성은 윤성환을 선발로 내세웠다.
데뷔 5년 차인 안우진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에 나섰다. 김광현은 2008년, 2010년 이후 세 번째로 한국시리즈 1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토종 에이스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키움이 4 대 5로 뒤진 9회초 1사 1루에서 김휘집의 대타로 나선 전병우였다.
전병우는 타석에 오르자마자 상대 네 번째 투수 노경은의 초구 시속 137km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110m짜리 좌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후 9회말 김강민이 솔로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10회초 2사 1, 2루에서 끝내기 적시타까지 뽑아내며 팀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지만, 2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2회말 2사 1, 2루에서 김성현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은 뒤,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에게 1점 홈런을 내주면서 총 2실점했다.
이후 키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가 안우진의 상태를 점검했는데,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에 잡힌 물집이 터져 있었다. 안우진은 결국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안우진은 kt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손가락 물집으로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온 바 있다. 이후 빠르게 회복해 kt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지만, 안우진의 손가락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2 대 0으로 앞선 5회초 뼈아픈 실책에 고개를 숙었다. 2사 1루에서 송성문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고, 이 타구를 우익수 한유섬이 놓쳤다. 이때 1루 주자 김휘집이 홈을 밟으며 1점을 만회했고, 송성문은 3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김광현은 폭투로 동점을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 3루 이용규 타석에서 던진 공이 포수 김민식 뒤로 빠졌고, 그 사이 3루 주자 송성문이 홈을 밟으며 스코어 2 대 2를 만들었다.
포일의 여파는 6회까지 이어졌다. 5회말 최정의 적시 2루타로 다시 앞서갔지만, 6회초 2사 1루에서 김태진과 이지영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며 1점 차 역전을 허용했다.
김광현은 6회초 2사 1루에서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5⅔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9회에는 거짓말 같은 홈런 대결이 펼쳐졌다. 키움이 9회초 김휘집의 대타로 나선 전병우의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SSG가 9회말 김강민의 솔로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승부는 연장 10회로 향했다.
하지만 앞서 극적인 홈런을 터뜨린 전병우가 또 다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10회초 2사 1, 2루에서 좌전 안타를 날려 2루 주자 야시엘 푸이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10회말 마무리 김재웅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전병우는 이날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팀의 7 대 6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은 전병우의 활약에 힘입어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 76.3%(29/38)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