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이태원 참사에 무한 책임…결국 수사로 결론날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시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민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번 대형 참사와 같은 위기대응이 부족했다며 서울시 안전총괄실을 중심으로 재난 컨트롤타워에 대한 구성과 임무 등 기구개편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일 오후 5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지난달 30일 해외 출장 중 이태원 참사 소식에 급거 귀국한 오 시장은 참사 현장과 피해자가 실려간 병원을 찾았다. 정부와 서울시 각종 대책 회의에 참석하며 사흘만인 이날 공식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전날 사망자와 부상자가 실려간 국립의료원을 방문해 중상을 입은 스무 살 딸을 둔 부모를 만난 이야기를 하다 울먹거리기도 했다.

오 시장은 "부모님이 '우리 딸은 꼭 살아날 것이다' 제게 말씀하셨는데,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 발표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예방대책이 부실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이번 참사가 결국 수사기관의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 시장은 "한 시민단체가 고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조만간 자연스레 책임 소재가 밝혀질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언급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이름을 올렸다.




오 시장은 압사 참사 예방이나 대응에 있어 서울시와 용산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감사위원회에 알아보니 자치사무의 경우 감사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아직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없어 추후 법률적 검토를 통해 자치구에 대한 감사가 가능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가 책임을 다했는지는 결국 수사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그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재난 컨트롤타워인 안전총괄실 등에 대해 기구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시장 시절 구축해 각종 재난 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비슷한 개념의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작년 취임 후 가장 먼저 폐기한 점도 거론됐다.

그 이후로 8월 폭우 사태 등 재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형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에 서울시 안전총괄실의 존재이유와 구성, 역할분담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앞으로 기구개편과 임무부여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하  오세훈 서울시장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입장문
서울특별시장 오세훈입니다.

지난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의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분들에게는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현재 치료를 받고 계신 부상자분들도 조속히 쾌차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먼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울시에서는 모든 장례절차가 마무리되고, 유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이번 사고로 슬픔을 느끼고 계신 모든 시민분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투입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장례를 치르고 계신 유가족들께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서 도와드리고 있고, 이번 사고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신 분들을 위한 전문가 심리 치료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계신 유족분들은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나 행사에 대해서도 안전사고 위험이 없도록 지금부터 촘촘히 챙기고 정부와 함께 관련 제도를 완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참담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응급구호에 동참해주신 시민, 사고현장의 구급대원, 부상자 치료 의료진, 유가족을 지원 중인 관계 공무원분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2022년 11월 1일 서울특별시장 오세훈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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