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 발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안전 무한 책임…심심한 사과"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황영찬 기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어제는 유감 이라고 표현했는데 오늘 국회에서는 다시 한 번 공식 사과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이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정치권 반응과 오늘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대책에 대해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일단 이상민 장관의 발언 어떤 점이 문제였죠?

[기자]
네, 이 장관은 이번 참사가 벌어진 현장에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면피성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그 이름처럼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입니다. 하지만 10만 명이라는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이라 예상됐음에도 어떠한 안전 대책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이태원 참사 현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럼에도 행안부 장관은 거듭 자신의 책임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직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국민 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을 언급하며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는데, 이 장관이 책임을 인식하기보다 사고 원인 규명을 앞세우는 발언을 하며 윤 대통령 발언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을 예상하지 못하고, 국민 정서에 민감하지 못한 법조인 출신 장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 속, 유승민 전 의원 등 당 일각에서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파면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는데, 결국 오늘 사과한 거네요

[기자]
네. 이상민 장관은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상민 장관의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

또 이상민 장관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바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여야가 일단 정쟁을 멈추기로 했습니다만, 국회에서 이상민 장관의 사과를 들고 반응들은 어땠나요?

[기자]
일단 오늘 행안위 현안보고는 여야 간사가 별도의 질의 없이 보고만 받기로 합의해 42분만에 회의가 끝났습니다. 여야가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오늘은 보고만 받고, 현안 질의는 다음주에 하기로 합의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항의를 쏟아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그저 추모만 하라고 이야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왜 행안위가 들러리를 서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용혜인 의원과 이채익 행안위원장의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용혜인 의원 "아무말도 하지 말고 그저 추모만 하라는 윤 정부의 태도를 대체 왜 국회가 행정안전위원회가 들러리를 서야합니까"
이채익 의원 "자 오늘은 현안보고를 받고 애도기간 끝나면 위원님들 의견 충분히 받아 충분히 질의할 시간 드리겠다는 말을 드리고"
]

이 장관의 사과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이 장관의 인식을 볼 때 장관 자격이 없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붙였고,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으며, 이른 시일 내 현안질의를 통해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앵커]
현재 정부는 사고 수습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재발방지를 위해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요

[기자]
네.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안전의 주무 부처라는 각별한 각오로 안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며 지자체와 경찰이 협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주최측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국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전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강조하고, 국정의 최우선을 이번 사고의 수습과 후속조치에 둘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조만간 관계부처 장관,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앵커]
또 조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가졌죠. 외국인 희생자도 26명으로 많았어요. 외신기자들이 앞다퉈 손을 들고 질문을 하더라고요. 어떤 내용이 오갔나요

[기자]
네, 먼저 한 총리는 사고 원인은 한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중첩해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구요.

현재 경찰에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중에 있고 완결되면 투명하고 분명하게 내외신에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인력을 더 배치했어도 피할 수 없었다" 이상민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한 외신기자가 날선 질문을 했더라고요?




[기자]
이상민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정확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군중 관리와 관련해 제도적 미비가 있는 상황을 설명하려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이번 일이 벌어지면서 젊은이들의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서 한 총리는 "모든 젊은이들이 이번 사고로 의기소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한국의 경우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해왔으며 이번 문제의 해결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의 해결 역량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현재 외신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서 이번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란은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한국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네요?

[기자]
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관리를 잘못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행사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란은 현재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국제인권단체에서는 이미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외교부도 "이란 내 여성 인권 상황 및 강경한 시위 진압이 장기화하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고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이번 참사로 이란은 자국민 5명을 잃었는데요. 여기에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 탄압을 비판한 한국 정부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면박을 주려는 속셈으로 보이는 대목인데요.

이에 한국 외교부는 이란에 공식 항의했고, 이란 정부는 대변인 개인 의견이라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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