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현안질의 없는 회의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했고, 업무보고는 약 40분 만에 황급히 종료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참사 나흘 만에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등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지금은 추모와 애도의 기간이기 때문에 사고 재발 방지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사고 수습이 끝나고 충분히 실시하려고 한다"고 했다. 회의 전 간사 합의를 통해 질의와 의사진행발언을 생략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에 협조해달라는 당부였다.
이어 이 위원장은 논란이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그 취지가 어떠했든 간에 이번 사고로 깊은 슬픔에 빠진 유족,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질책하며 "따로 질의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위원들의 생각도 같을 것이라고 보는데, 지적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며 이 장관에게 발언 기회를 넘겨줬다.
이에 이 장관은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자리에서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최근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잖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을 삼가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바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사과문 낭독이 끝나자 곧바로 현안보고가 진행됐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이 회의 방식과 이 장관의 업무보고 내용에 반발하며 퇴장하는 등 소란이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허락해달라"고 소리치며 "조용히 추모만 하라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국회가, 행안위가가 들러리를 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도 "보고사항 중에 우리가 모르는 사항이 뭐가 있나? 언론에 나온 내용을 다시 우리가 리뷰하는 회의를 왜 해야 하냐"며 "최소한의 질의는 받아야 한다. 국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보는지 아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란 속에 윤희근 경찰청장과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까지 보고를 마치자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오늘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만든 자리지만 장관의 보고가 너무 평이했다"며 "다음주에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와 위원장과 합의해 현안질의를 하기로 잠정적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다음주에 회의를 언제 하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 이후에 여야 간사님들과 협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현안질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뒤 약 40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