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압사 참사, 책임은 어디에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에서 47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사고경위를 파악 중입니다. 현재 여러 목격담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과 5-6명의 무리들이 사람들을 단체로 미는 행위에서 시작됐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서 경찰도 일단은 이 부분부터 수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초로 인파를 떠민 사람이 누군지를 밝히는데 초기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데요. 국가수사본부는 목격자 44명을 조사했고 CCTV 52건을 확보해 분석 중입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 가운데 하나인 마약과의 연관성도 수사 대상입니다.하지만 누군가의 밀어 외침부터 참사가 시작됐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를 범죄행위로 보고 처벌할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과실치사와 과실치상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밀기를 시작한 사람이 특정되더라도 이들이 사고를 낼 의도가 있었는지, 또 이들의 행위와 참사와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2. 주최 측 없다고 면피 되나
"경찰과 소방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행안부가 어제 주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는 경찰이나 지자체 담당자에게서 '잘 모른다' '처음 듣는다'는 말이 이어져 답답함을 더했고, 김성호 행안부 차관은 '질문을 다 소화해야하는 건가요'라며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와함께 경찰청 고위관계자도 기자간담회에서 "주최측이 없는 다중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용산구도 구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행사여서 질서유지 요원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요청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에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사무실에서 경찰과 용산구, 이태원역, 상인연합회 등 관계자 10여명이 모여 4자 회의가 열렸고, 연합회 측에서 안전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불법촬영이나 마약류 단속 등 범죄행위 방지에 집중을 했고, 용산구 측에서도 방역이나 거리청결 등에 신경을 썼지, 정작 현장 안전관리 인력배치에 대한 고려는 없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도로관리의 주체인 용산구청이 도로 통행문제 등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또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을 경우 경고와 피난 등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경찰 직무집행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해 개입했으면 어땠을까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형사책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물어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민사소송이 이어질 걸로 보여, 책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유승민 "이상민 파면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를 '인재'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미숙한 대응에 비판을 쏟아 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고 현장을 방문해 소방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은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관련자들을 겨냥해 책임론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고 사고 수습과 위로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던 전날과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 힘 유승민 전 의원이 이상민 장관을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해, 야당보다 더 강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정부의 수습과 애도가 먼저라면서 정부 책임론이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여야는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열어 이상민 장관과 경찰청장에게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4. 분향소엔 추모객 발길
서울시청앞 서울광장과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어제 오전부터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추모객들은 국화꽃으로 가득 찬 분향소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하며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친 영혼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침통한 표정의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한동안 고개를 떨군 채로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외국인들도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슬픔을 나눴습니다. 시민들은 애도를 넘어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를 성토하는가 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광장분향소엔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여야 정치인들도 조문을 다녀갔습니다. 이태원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녹사평광장 분향소엔 외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태원로 주변 100여 개 업소는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휴업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추모에 동참했습니다.
5. 오늘 한국시리즈 1차전…애도 속 응원 자제
오늘부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지만 국가애도기간에 열리는 4차전까지는 시구와 응원없이 경기가 진행됩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국가 애도 기간에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차전까지는 시구를 취소하는 등 사전 행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치어리더 등 응원단 단체 응원도 운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SSG와 키움이 맞붙는 1차전은 오늘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데 선수단 및 심판 전원이 모자에 애도 리본을 부착하며 경기시작전엔 관중들과 함께 묵념할 예정입니다. 경기장 안전요원도 추가로 증원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