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애플 워치 가지고 이태원 돌아다니면서 계속 연결 시도 했어요. 혹시나 이 근처에 동생이 있으면 연결될 거 아니에요"
'핼러윈 이태원 참사 사고' 이후 이틀이 지난 31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남자친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사고 당일 새벽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A씨의 동생은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A씨 동생은 사고 20분전인 오후 9시 50분 쯤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섭다"는 메시지를 언니에게 보낸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뉴스 속보로 뜨기 시작했다. 자정 무렵 기사를 접한 A씨는 동생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 동생이 쓰던 애플 워치를 들고 무작정 이태원으로 나갔어요. 동생이 주변에 있으면 휴대폰이랑 이 애플워치가 블루투스로 연결될 수도 있잖아요. 이태원 현장부터 용산 경찰서, 그리고 뉴스 보니까 원효로에 임시 의료소가 있다고 해 새벽 내내 모두 돌았어요"
A씨 동생의 애플 워치는 어디에서도 연결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 A씨와 함께 동생을 찾던 그의 남자친구 B씨는 "그래서 우리는 (동생이) 어디에서 살아서 치료 받고 있거나 놀고 있겠구나 안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은 다음날 아침 경찰의 전화로 무너져 내렸다. B씨는 "아침이 되니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동생이 이곳 병원에 안치되어 있다고 했다"며 "알고 보니 사고 당시 사상자 휴대폰을 모두 수거해 갔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B씨는 희생자에 대해 "직장과 집만 오가며 일만 하던 착실한 친구였다"며 "이태원도 이번 해에 처음 갔다고 들었다. 근데 사람들은 왜 갔냐고 뭐라 하더라.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병원 장례식장도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해당 장례식장에는 사고로 숨진 20대 대학생 2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사고로 대학생 딸을 잃은 C씨는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취재진이 현장에 있는 내내 20살 초반으로 보이는 대학생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소리 내어 우는 소리도 종종 들려왔다.
C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딸이) 친구들과도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며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취업이 어려워 휴학하고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C씨는 "실종 당일 사람이 몰리니까 (딸의) 친구가 (딸을) 잃어버렸다며 아이 오빠에게 연락했었다"며 "익일 오전 5시에 실종 신고했고 경찰이 오전 8시에 핸드폰 위치 나왔다고 해서 병원 응급실로 가 사망 사실을 알게됐다"고 전했다.
그는 "딸이 지난 토요일(29일) 새벽에 '아빠 놀러 잘 다녀오라'고 배웅해 준게 마지막 모습 이었다"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쯤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인파가 쓰러지며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현장 일대의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31일 오후 11시 기준 사망자가 15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여성은 100명, 남성은 55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