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생존자 "'사전 계획·경찰·비상서비스' 3無…속수무책이었다"

이태원 찾은 외국인 일행…1명 숨지고, 나머지 중상 입어
호주 국적 생존자 "사전 계획 있었으면 비극 막을 수 있어"
여자친구, 동창과 이태원 찾은 20대 청년…안타까운 죽음
5명 중 2명만 목숨 건져…생존자 "아무 것도 못했다"
유가족 "사고 방지 위한 노력 있었더라면" 아쉬움 전해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호주 국적의 네이선 테버니티(Nathan Taverniti·24)가 올린 틱톡 영상. 틱톡 캡쳐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생존자와 유가족들 사이에서 많은 인파가 모인 할로윈 행사를 대비하지 않은 경찰 등 당국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생존자 "사고 예방 대책 미흡했다"


사고 당일 네이선 테버니티(Nathan Taverniti·24)와 그의 친구들. 틱톡 캡쳐

호주 국적의 네이선 테버니티(Nathan Taverniti·24)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갑자기 우르르 몰려온 사고가 아닌 천천히 몰려오는 고통스러운 압박으로 사람들이 깔려 숨졌다"며 "사전 계획, 경찰력, 비상 서비스가 전혀 없어 아무도 도울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참사는 술에 취한 인파로 벌어진 사고도 아니었다"며 "수많은 인파의 운집에 대해 적절하게 사전 계획이 있었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버니티는 참사 당시 외국인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는데, 본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군중 속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같은 국적의 그레이스 레이체드(Grace Rached·23)는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친구들도 중상을 입었다.

그는 영상에서 "숨막히는 혼돈에서 친구를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여친·중학교 동창과 함께 참변…유가족 "참사 막을 수 있었는데"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숨진 심씨와 윤씨의 빈소가 나란히 마련돼 있다. 이준석 기자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아쉬운 건 피해자들의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31일 오후 3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심모(27)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심씨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지만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은 놈이었는데, 미리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만 든다"고 말했다.

심씨의 아버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어 조문객을 맞이하다가도 이따금 의자에 주저앉아 또다시 눈물을 보이곤 했다.
 
참사 당시 심씨는 여자친구를 비롯해 4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일행 중에는 중학교 동창인 윤모(26)씨도 함께였다.
 
하지만 참사로 심씨와 그의 여자친구, 윤씨가 목숨을 잃었다. 윤씨의 빈소는 심씨와 마찬가지로 명지병원에, 여자친구의 빈소는 인근 다른 병원에 차려졌다.
 
아비규환 속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2명은 전날 부상을 입은 몸으로 빈소를 찾아 "심씨와 여자친구가 비명을 지르며 구해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경찰이 뒤늦게 왔지만, 사람들이 겹겹이 쓰러져 있어 구조가 늦어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씨의 아버지는 "거기(심씨가 사망한 곳)가 비 오는 날이면 청소하시는 분들도 미끄러질 정도로 사고가 잦은 곳이라던데, 미리 정비를 했으면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10시 20분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인파가 쓰러지며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일대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이태원역 인근 골목에서 합동감식이 진행 중이다.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155명이 숨지고 152명(중상 30명·경상 12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여성은 100명, 남성은 55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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