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액션, 사극,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매 작품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활약을 펼쳐온 배우 소지섭이 처음으로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영화 '자백'에서 소지섭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 역을 맡아 익숙한 듯 낯선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유민호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김세희(나나)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받아 지금까지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 인물이다. 결백을 주장하지만 사건의 모든 정황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만나 휘몰아치는 감정의 진폭을 그려내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다음 장이 궁금해서 매료된 '자백' 시나리오를 통해 도전한 첫 스릴러 장르 연기와 그가 만난 유민호라는 캐릭터가 가진 딜레마에 관해 이야기했다.
소지섭이 '자백'을 선택한 이유
'자백'은 유망한 IT기업의 대표지만 하루아침에 내연녀를 죽인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몰린 한 남자와 그의 무죄를 밝혀야만 하는 승률 100% 변호사,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사건의 조각을 맞춰가기 시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릴러인 만큼 보는 내내 긴장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몰입을 높인다.
소지섭 역시 치밀한 플롯과 촘촘한 미스터리에 빠져 '자백'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 다음 장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지?' '이 사람인가?' '어? 아닌가?' 이렇게 넘어가는 재미가 있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백'의 원작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로 이미 영화 팬 사이에서는 소문난 스릴러다. 소지섭 역시 원작의 마지막 반전을 보고 놀랐다. 원작이 있고, 스릴러에서 중요한 반전이 이미 공개된 만큼 '자백'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전할지도 원작 팬들의 관심사였다.
소지섭은 "중간에 (원작의 반전이) 공개되는데, 그 뒤에 오는 긴장감이 전 되게 매력적이었다"며 "원작의 큰 틀은 가져왔지만, 새로운 영화라 생각한다. 원작대로 갔으면 오히려 매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더 잘 나온 거 같다. 시나리오보다는 조금 더 줄어들고 편집된 부분이 조금씩 있는데 오히려 깔끔하게 정리된 거 같아서 만족한다"며 "감독님과도 구차하게 설명하거나 길게 끌고 가지 말고 신파를 가져가지 말자는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첫 스릴러 도전에 악몽까지 꾼 소지섭
'자백'은 결백을 주장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 변호사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누명을 벗기 위해 호텔 룸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워가며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의 날 선 대화가 시종일관 날카로운 긴장감을 형성한다.
소지섭은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절박하게 호소하고, 예민하게 사건을 되짚어나가는 날카로운 유민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소지섭은 자신이 연기한 유민호라는 인물에 관해 "유민호는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는 과정을 보인다. 첫 단추를 잘못 낀 후 안 좋은 선택을 해나가며 변해가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는 정말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민호가 나쁜 선택을 거듭한 시작으로 소지섭은 '욕망'을 지목했다. 그는 "처음엔 욕망이었을 거 같고, 나중에는 스스로에 대한 타당성을 찾지 않았을까"라며 "'어쩔 수 없어' '난 이 길밖에 없어' 등의 것들이 오히려 민호를 더 짓눌렀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유망한 사업가'라는 타이틀을 단 유민호는 겉으로는 성실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뒤로 불안, 분노, 억울함, 절실함 등의 감정을 계속해서 내비친다. 이런 복잡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을 연기한 자신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처음 마주한 소지섭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선한 역을 대부분 해왔던 그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악몽을 꾸기도 했지만 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도전한 데서 오는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말 실제로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봤을 때 오는 느낌, 막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동시에 그것 때문에 힘들었죠. 잠만 자면 누굴 때리고 있거나 누군가가 날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렸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촬영이 끝나니까 정말 거짓말 같이 사라지더라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새로우면서도 낯선 얼굴을 연기하는 데 함께한 배우들과 윤종석 감독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윤종석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의 감정 연기에 관해 "한 스푼만 더요, 반 스푼 더 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디테일한 면모를 보였다. 소지섭은 "(감독이) 촬영할 때 흔들리면 배우들은 힘든데, 너무나 확고해서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시나리오를 받을 당시 편지 한 통이 함께 왔던 일화를 전했다. 편지에는 시나리오에서 부족한 것, 배우가 궁금해할 수 있는 것 등이 담겨 있었고 이러한 감독의 세심함이 출연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유민호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중심축인 양신애 변호사 역의 김윤진 역시 소지섭에게 좋은 자극을 전했다. 그는 "양신애 캐릭터가 대사도 많고 감정 컨트롤할 것도 많은데 리허설할 때 대본을 전체적으로 머릿속에 넣고 계신 걸 보고 너무 놀랐다"며 "또 정말 실제로 같이 연기하고 눈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잘하게끔 되는 것 같다. 감정을 진짜로 주시는데,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안 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세희 역을 맡은 나나에 대해서도 "내가 주기도 한 거 같고 받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해주면 빨리 캐치해서 자기 걸로 만드는 센스가 있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지만 사실 많이 없고, 혼자서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에요.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나가야 하죠. 저는 오래 하다 보니 새로운 걸 한다고 하지만 새롭게 안 비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힘들어지는 느낌도 있죠."
소지섭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고 했다. '자백'을 통해 스릴러를 해보면서 다양한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며 "연기적인 거 말고 다른 건 지금 하고 있는 것만 잘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지섭은 '자백'을 보러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보다 보면 '아닐 수도 있겠는데?'라는 것과 '이건 도대체 어떻게 끌고 가려고 하는 거지?'라는 궁금함이 더 재밌는 영화다. 그런 게 오히려 더 매력적인 거 같다"며 "같이 추리해 가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면서 보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