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합동분향소가 4층에?…'행안부 지침' 있었다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별관 4층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서울시청과 서울 25개 자치구,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가운데, 일부 분향소가 건물 4층에 마련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접근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시민 접근성을 고려한 광장이 아닌 시도청사 등 시설 내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31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및 시도 지자체에 따르면 이태원 사고 사망자 시도 합동분향소는 서울시의 경우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 설치됐다.

서울 25개 자치구도 대부분 구청 앞 광장이나 청사 1층에 설치했다. 서대문구와 마포구, 강남구는 조문하는 시민들의 형편에 맞게 구청사와 광장등 각각 2곳을 운영한다.

그러나 서울 이외의 각 시도 합동분향소 경우 과거 세월호나 천안함 사태 합동분향소와 달리 대부분 시도청 건물 1층 내부나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외곽에 설치됐다. 청년들과 외국인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시민들의 자발적 조문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17개 시도 합동분향소 설치 현황. 행안부 제공

실제 서울·전남·경남을 제외한 14개 시도 합동분향소는 청사 또는 관리 건물 내부에 설치됐다. 이중 인천시청은 청사 2층 대회의실, 제주는 도청 별관 2층에 설치했다. 대구시의 경우 시청이 있는 중심가로부터 약 9㎞ 떨어진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설치됐다. 강원도는 아예 도청사 우측편 구석에 있는 별관 4층에 설치했다.

지역 도청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지침이 내려왔다"며 "합동분향소를 실내에 설치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청 관계자도 "(행안부) 지침을 받았다"며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돼 합동분향소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광장에 설치할지 고민했는데, 청사 내부에 설치하라고 해서 본관 1층 로비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성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본부 총괄조정관(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천안함이나 세월호 때도 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됐는데, 행안부가 안에서 조용히 조문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분향소 설치 지침이 따로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마 시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다. 시도에서 적절한 위치 분향소를 설치하는 걸로 그렇게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세월호나 천안함 사태 당시에는 시도 지자체는 물론 시군 단위까지 곳곳에 설치된 데다, 시민단체까지 자발적으로 설치해 애도하는 등 시민들의 조문 참여가 쉬웠다. 공간도 광장이나 역사, 길거리 등 다양했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전모(56)씨는 "뉴스를 통해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다치고 죽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합동분향소가 여기에도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시청앞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 강모씨는 "여기(시청앞)니까 시민들도 찾아서 조문을 하지 시청 별관이 어딘지, 도청 공원이 어딘지 누가 아느냐"며 "조문하기 편한 곳에 분향소가 설치됐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조문 접근성을 고려해 지자체 실내 공간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각 시도에 지침을 전달한 것은 맞다"면서도 "지역에 따라 우천으로 인한 문제도 있고 주민들이 애도할 수 있도록 차분한 실내 공간에서 진행되도록 검토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원도나 인천시, 제주도의 경우 적절한 실내 공간이 없어 해당 공간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으로 안다"며 "강원도 별관 4층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도 분향소가 설치된 곳"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시민들의 조문에 불편함이나 소홀함이 없도록 합동분향소 안내와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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